2년 5개월이란 시간이 흘렀다.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어머니를 잃은 슬픔이 커서 다른 것에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해낸 것이 '골동품'과 '수석'이었다.
하나둘 구입한 것이 반닫이 두 개를 가득 채우고도 남아
이제는 여러 개의 종이상자에 넣어 붙박이 장에 보관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게 늘어난 까닭에 블로그에 판매글을 올렸다가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댓글에 시달리며 마음을 다치기도 했다.
이 바닥 사람들의 고약한 성정(性情)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으니까...
아침 원고를 전송한 후...
핸드밀로 원두를 갈아서 동드립퍼에 담아 커피의 풍미를 최고로 끌어주는 90도 온도의 물로
커피를 드립해 한모금 마시며 반닫이 위에 장식된 돌과 골동품을 찬찬히 바라봤다.
주둥이 일부를 금수리한 초기 백자 주병과 그 옆에 관음불 모양의 남한강 돌과 이가 빠진 고흥 분청사기 다완,
그 옆에 보성 덤벙이 주병, 그리고 그 앞에 청동으로 만든 오래된 향로와 밑굽이 동화로 채색된 백자합까지...
뭐 온전한 것은 아니지만 평소 내가 좋아하는 유물(遺物)이기에 매일 나와 함께 하고 있다.
파(破)가 있는 돌을 파는 행위는 사기라고 말했던 그 사람은 요즘 뭐하고 지낼까?...
좋은 가격에 내가 가진 돌 전부를 양도하려 했는데... 조금 더 깎아보려고 무리수를 던졌다가 결국 거래가 깨졌다.
지나고 보니 잘 됐다 싶다. 그런 사람에게 싸게 돌을 양도해봤자 돌의 가치를 한낯 돈 몇 푼으로 취급할 테니 말이다.
그리고 백자합 사지 말라며 시비를 걸었던 무례한 사람도 있었지?...
어줍잖은 얄팍한 경험을 토대로 온갖 패악질을 떨며 나를 열 받게 했던 그 사람,
반닫이 전문가를 뛰어넘어 돌과 도자기 영역까지 전문가 행세를 했던 그 사람...
돌이켜 보니 그가 있었기에 백자합과도 더 끈끈한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오기가 발동해 바로 집으로 가져왔으니까!?
당할 만큼 당했으면서도 그 사람들을 떠올리는 것을 보면 나라는 놈의 오지랖이 넓다는 생각을 하며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많이 부족하고 모난 성격 탓에 자극을 받으면 즉각 반응했던 지난 시간들...
그런 나와 함께 한 돌과 골동품은 주인이 눈길을 주지 않아도 절대 서운해하지 않는다.
진득하게 기다려줄 뿐...
폭풍 같은 시간이 지난 후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다시 바라본다.
내게 큰 기쁨을 준 나의 작은 분신들이... 다시 보니 사랑스럽다.
애틋함을 마음에 새기며 더욱 귀하게 대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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