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을 다녀온 후유증이 제법 컸다.
우선 장딴지 근육 일부가 파열돼 물리치료와 침과 뜸 그리고 부항 치료까지 나흘 동안 큰 고통 속에 살았다.
정상에 올라 여러 장의 사진을 얻기 위한 과정은 참으로 힘들었다.
블랙야크 100대 명산의 첫걸음으로 선택했던 한라산, 겨울에 두 번 올랐기에 아무 생각 없이 선택한 것이 화근...
하지만 치료를 잘 받았더니 언제 그랬냐는듯 두 다리가 더욱 튼튼해졌다.
사실 일주일 동안 다리가 아파서 가까운 산행도 불가능했던 것...
현재 내가 가장 좋아하는 취미가 등산인데 그것을 못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했다.
그러던 중 사회에서 만난 예비역 중령과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취미가 하나 더 생겼다.
경기도 의왕에 위치한 카와 커피샵에서 커피 한 잔을 하는 도중, 메뉴판을 보게 된 것...
맨 왼쪽에 가격표시가 돼 있지 않은 탄자니아, 케냐, 과테말라, 에티오피아 드립 커피를 보게 됐다.
"사장님 왼쪽 메뉴판 가격은 왜 00원인가요?"라는 질문에
"네 드립 커피는 많이 비싸서요. 커피 질도 최상이기에 그렇습니다"라는 답변을 들었다.
3천 원(?) 하는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내 시선은 왼쪽 00원 메뉴판에 픽스됐다.
그리고 한 잔을 부탁했다. 드립 커피 맛은 어떤지 궁금했다.
그런데 핸드밀에 향(香)과 산미(酸味)가 좋은 원두를 직접 갈아 동 드리퍼에 원두가루를 올려놓고
고태미 작렬하는 동포트에 적당한 온도의 물을 넣어 드립 하는 것...
평소 커피를 즐기는 내게 이 과정은 신세계였다.
그리고 바로 여사장에게 산미가 있는 로스팅 된 원두와 사용하던 핸드밀까지 구입하게 됐다.
캡슐 커피와 갈아서 파는 원두 커피를 즐기는 내게 그 과정은 충격 그 자체...
그래서 일요일은 커피 용품을 인터넷으로 샅샅이 뒤져봤고, 결국 필요한 것을 여러 개 구입했다.
우선 동(銅) 드리퍼부터 구했다. 제품명은 일본산 칼리타(Kalita)였고,
괜찮은 동(銅) 포트도 필요해서 역시 칼리타 알라딘 동(銅) 포트를 구했고,
드립 커피를 담을 평범한 칼리타(Kalita) 서버까지 구매했다.
뭐를 하나 해도 형식미를 갖춰야 하기에 인터넷 쇼핑을 한 것인데...
훌륭한 바리스타가 내린 커피향에 취해 결국 필요 이상의 지출을 했다.
얼마나 오래 갈지 알 수 없으나 도착하는 대로 좋은 커피 향과 맛에 취해 커피 관련 취미를 즐겨보려 한다.
인스턴트 시대에 살면서 느림의 시간을 제대로 즐기려는 나를 바라보며 피식 웃게 된다.
돈을 쓰기 위해 구실을 찾고, 만드는 내가 정말이지 한심한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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