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갖춰진 배경이 없어 사진을 찍을 때마다 고민을 했습니다.
피사체가 아무리 훌륭해도 뒷 배경이 안 좋으면 전달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느꼈거든요.
그렇게 오랫동안 고민을 하다가 짙은 브라운 계열의 도화지가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문구점에 가서 찾아보니 있는 거예요.
단돈 3천원에 해결될 일을, 일년 만에 알게 됐으니, 정말 어리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도화지를 구입해 경상도 반닫이가 있는 벽면에 붙였습니다.
반듯하게 붙인 후 제가 소장하고 있는 유물(遺物)들을 하나씩 꺼내 올려 사진을 찍었습니다.
뒷배경 도화지와 꽃무늬 자수가 들어간 하얀 다포, 잔받침, 그리고 다완 좌대에 하나하나 세팅한 후 즐거운 촬영에 들어간 거예요. 언제나 그렇지만 사진 찍기 놀이는 정말이지 즐겁습니다. 그리고 만족스러웠구요.
5백년 넘는 유물(遺物)을 조심스럽게 반닫이 위에 올려 놓고, 호흡을 가다듬으며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는데,
그중 무안분청자(務安粉靑瓷) 덤벙이 다완(茶椀)이 눈에 쏙 들어 옵니다.
사기장(沙器匠)의 놀라운 걸작(傑作)을, 자연이 완성해줬습니다. 눈물을 흘린 유약이 황토흙과 더해져 조선후기 대선사죠-, 초의선사(草衣禪師) 세 분을 그려낸 겁니다. 그리고 그 분들이 기거하시던 작은 사찰도 완성됐구요.
잘 만들어진 보성분청자(寶城粉靑瓷) 덤벙이 다완(茶椀)을 사진으로 옮기며 마음속으로 다짐을 했습니다.
이 찻잔에 세월을, 인생을, 자연을, 우주를 담아야겠다고... 행복을 무안 덤벙이에서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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