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포레스트(Little Forest)

나의 이야기

사람답게 살자!

heymryim 2016. 11. 28. 00:35

 11월 중순 무안을 떠나면서 좋은 대목과 무늬, 작품을 다 버리고 나왔습니다. 가지고 나온 것은 고작 큰 나무 두 그루와 작은 나무 두 그루가 전부였어요. 3년 동안 허리띠 졸라매며 모았던 나의 분신들을 내던지며 나왔던 그 순간을 영원히 잊을 수 없네요. 작품을 한다며 쏟아부었던 열정도, 예쁜 무늬종을 붙이기 위해 썼던 돈까지... 던지는 순간 연기처럼 사라져버렸습니다.

 그 허전함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참고 또 참으며 하나하나 만들어갔는데, 사람에 대한 실망과 배신은 저를 용서하지 않더군요. 절 위한다는 말만 믿고 좋은 분재 소재와 석부를 형편없는 나무와 바꾸지 않나... 제 기억으론 지난 7월로 기억합니다. 서오릉에 함께 분재를 했던 취미인이 전주 모분재원에서 "작가 주목과 돌을 봤다"며 "제주에서 고가로 구입했다는 주인의 말을 듣고 바로 알려준다"며 무안에서 무슨 일이 있냐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이런 쪽팔리는 수모도 감수하며 견디려 했지만 불신은 들불처럼 커져가며 저를 자책하게 만들었고, 결국 그곳을 뛰쳐나오기에 이르렀습니다. 확인차 전주 모분재 사장과 전화로 그 때 거래됐던 석부와 주목이 어떻게 당신 가게에 전시됐느냐 물었더니 "취미인이 제게 팔았습니다"라고 뻔뻔하게 대답하더군요. 그 취미인이 전주 분재원 사장이었다는 사실을 다 알고 있는데 말입니다.

 이 사람들 왜 이러는 걸까요? 둘이 짜고 취미인 나무를 이런 식으로 뺏어도 되는 걸까요? 그 뻔뻔함에 화가 머리까지 치솟았지만 전화를 끊고 "그래 인생공부했다. 다 내탓이다"라며 잊으려고 노력도 했습니다. 그런데요-, 잊으려 할수록 가슴한켠에는 그 아픔이 오롯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속이는 세상... 그것이 싫어 자연과 함께 하려 했는데... 얄팍한 상술에 가슴은 큰 멍이 들어 아직도 아파하고 있습니다. 그놈의 돈이 뭔지?... 그 사람들은 영원히 숨길 것으로 알았나 봅니다. 바로 들통날 일인데 말입니다. "등신처럼 당한 자네 탓이니 빨리 잊으라"는 스승님의 조언이 가슴에 와닿지 않습니다. 정말이지 다 던져버리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납니다. 왜? 사람답게 살고 싶으니까요!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착한 사람들이라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 없습니다. 하지만 최소한의 도리를 지키며 삽시다. 또 양심은 지키며 삽시다. 그것이 무너지는 순간 시장은 사라지는 법이니까요. 그 사람들은 알까요? 지난 2년 동안 졸음을 쫓으며 경기 용인에서 전남 무안까지 600여 km를 반복하며 동백과 무늬를 사랑했던 제 마음을? 새벽녘과 늦은 저녁 시간, 벅찬 가슴을 안고 고속도로를 달렸던 취미인의 그 열정을?...

 누더기처럼 너덜너덜해진 비루한 내 모습에 다 던쳐버릴까도 생각했습니다. "다시는 이 바닥에 들어서면 개새끼다"라며 다짐도 했습니다. 그런데요-, 말처럼 쉽지 않네요. 다시 동백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간절해지니... 결국 3주란 숙려기간이 지나자 이렇게 동백나무 사진도 올리고, 또 예쁜 무늬도 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습니다. 제가 전진식물원 사장님에게 이런 말을 했어요. "사장님, 저 아프게 하지 마세요. 좋은 기억만 쌓고 싶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사장님!"...

 이제 사람답게 살고 싶습니다. 웃으며 살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인생 아닙니까? 인생 뭐 있어요. 좋은 사람과 어울리며 사는 게 더 큰 행복 아닙니까? '의리'가 사라져 모 연예인이 "의리"를 강조하는 건가요? 사람답게 삽시다. 그게 의리니까요!


p.s. 11월 25일 토요일 무안 전진식물원에서 봤던 짜임새 있는 자연목입니다. 예쁜 황금바람 무늬종을 붙이면 안성맞춤인 나무를 발견했습니다. 내년 봄에 붙여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나무와 함께 툴툴 털어버리려 합니다. 안 좋았던 기억들을 말입니다. 그래서 이 나무에 작품명을 붙여주려구요. "극복"이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