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포레스트(Little Forest)

나의 이야기

잠시 더부살이 할 공간

heymryim 2015. 11. 22. 21:28

  2010년 사람에게 상처받고 시작한 취미생활이 분재였다. 언제나 나를 편안하게 보듬줬던 분재... 또한 나를 분재로 이끌어준 분이 있었기에 푹 빠졌는지 모른다. 자연도 좋았지만 사람이 좋았기에 취미에 온 열정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아름다운 관계도 파국을 맞게 됐다. 가까울수록 지켜줄 것은 지켜줘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됐다. 이해관계에 사로잡혀 결국 종지부를 찍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50개월이란 긴세월을 사람이 좋아 시작했던 분재생활... 오직 한 공간에 머물며 오직 한 공간에 있는 나무만 샀으며, 오직 한 사람만 바라봤건만 결과는 한순간에 옆집으로 잠시 더부살이를 하게 됐다. 그것도 내년 3월 하순까지 내가 소장한 나무를 모두 정리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 것...

 크고 작은 나무를 옮기며 만감이 교차했다. 내가 왜 이것을 시작해 큰 돈을 써가며 나무를 모았는지... 수업료치고는 참으로 가혹하기 그지없다. 재래종 향나무에 미쳐 신목들을 구입하다 2천여 만원을 허공에 날렸고, 역시 산감나무를 구입하다 5백여 만원을 날렸고... 그 때마다 벌충해주겠다고 약속한 분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입을 쓰윽 닦고... 그 때마다 마음의 상처만 깊어가며 불신의 벽은 점점 커지고 높아만 갔다.

 인간관계에서 신의와 신뢰를 빼면 뭐가 남을까? 결국 빈껍데기만 남긴 채 나의 비밀정원은 거품처럼 사라졌다. 더 이상 비밀스러운 정원을 가꿀 여력도 없다. 나무를 모두 팔아야 할 지경까지 왔다. 내 나무들은 한 공간에 있는 한 분에게서만 구입했기에 그 나무들은 그 분의 손을 떠나는 순간 빛을 잃기 때문이다. 또한 그 양반과 함께 했던 시간들이 떠오르기에 정리하는 것이 수순일 터... 그런데 그것도 쉽지 않으니... 산 금액의 70퍼센트를 보존해준다고 호언장담한 양반이 산 금액의 4분1 가격으로 인수를 부탁하니 거절을 한다?... "자네 나무를 어떻게 내가 사겠는가? 남의 눈도 있는데..."

 돈이 아쉬워 비싸게 구입한 나무를 미쳤다고 4분의 1 가격에 팔겠는가?... 마음의 상처가 깊어 내놓은 나무들을 옆집으로 옮긴 후 정리해보겠다는 것은 무슨 이유인지?... 빨리 정리한 후 그 양반이 있는 공간과 멀어지는 게 정답일 듯 싶다. 고양시에 위치한 나의 비밀정원은 이제 종언을 하려한다. 더 특별한 것도 비밀스러운 것도 없는 이해관계가 얽혔던 그런 공간!  순진한 나의 바람은 한낮 모래성과 같이 허물어졌다. 긴 시간 비밀정원이란 인터넷 공간도 이제 서서히 막을 내릴 시간이 다가왔다. 헌신짝처럼 내버려진 나의 나무들이 그저 가여울 뿐이다.

p.s.

 그나 나나 참 힘들었던 주말이었다. 불과 직선으로 3미터 거리를 두고 나무를 옮겼으니 좋은 시선으로 나무를 볼 수 없을 듯 싶다. 나 역시 잠시지만 이 공간에 자주 드나들 수는 없을 듯 싶고... 참 뭐하는 짓인지 한심하기 짝이없다. 그래서 모든 나무를 정리하려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게 될지... 시간을 갖고 지켜보려 한다.

 

* 50여 그루의 크고 작은 나무를 2시간 넘게 옮기고 대충 정리한 후 한 컷 기념으로 찍었다. 무거운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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