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상한 취미를 즐기네", "아니 돈 주고 뭐하려 나무를 사노", "미쳤다. 나무가 밥먹여 주나"이런 질문을 매번 들을 때마다 나는 "닫힌 마음을 나무를 통해 힐링하려고"라고 답했다. 또한 "나무도 좋지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스승님이 계셔서 더 그렇다"라고 말하곤 했다. 사실 얼마 전까지는 입버릇처럼 말했다.
하지만 연초에 한 번 사이가 틀어지니 스승과 제자 관계도 소원해졌다. 아니 완전히 무너졌다. 때론 사람이 좋아 분재를 했다고 당당하게 말한 적도 있는데 이제는 인간관계가 틀어지니 같은 공간에 있는 나무들도 멀리하게 된다. 사람이 싫어 그런가 보다.
모난 마음가짐을 둥글게 하기 위해, 아니 살기 위해 분재에 푹 빠졌던 나... 같은 공간의 스승에 대한 미움이 커질수록 이 생활도 슬슬 흥미를 잃어가고 있다. 갖고 나가도 뭐 특별할 것도 없고... 워낙 비싼 수업료를 냈기에 싸게 팔 수도 없고... 이래저래 진퇴양난이다.
같은 공간에 있는 취미인은 그런 나를 붙잡기 위해 스스로를 뒤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라며 조언을 해주지만 인간에게 다친 마음은 쉽게 아물지 않는 듯 싶다. 그도 그럴 것이 워낙 믿고 따랐던 사람에게 받은 상처라 시간이 갈수록 미움과 증오는 더 심해진다.
간과 쓸개까지 다 내놓고 시작한 이 생활... 5년이란 긴 시간이 이젠 허송세월이 된 듯 싶어 속이 많이 쓰리고 아프다. 더 해야 하고, 열정을 갖고 가꿔야 할 나무들이 그 공간에서 겨울을 준비하고 있는데, 다친 마음 탓에 녀석들까지 등져야 하는 것이 미안하고 미안할 따름이다. 겨울을 기다려온 모과, 소나무, 주목, 향나무, 한 인물 하는 산감나무들, 어디 그뿐인가. 예쁜 무늬동백까지 오매불망 주인의 눈치만 보고 있으니...
누가 다시 똑같은 질문을 한다면 이젠 망설임 없이 말하려 한다. "선비도 아닌 놈이 고결한 척 했다"고... "비싼 수업료 탓에 본전이 생각난다"고...
이렇게 얘기하는 거 보니 "사람이 좋아 나무가 좋아했다는 말"이 틀리지 않은 모양이다. 그래 나무가 무슨 죄가 있나. 중이 절이 싫으면 떠나면 되고, 또 다른 좋은 사람을 만나 조금은 늦어지더라도 천천히 나무를 가꾸며 다시 한 번 일어서는 수밖에... 이번 일을 통해 한 가지 배운 것은... 이해관계가 있는 인간관계는 그 끝이 해피엔딩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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