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포레스트(Little Forest)

나의 이야기

숙제를 마친 후 비로소 차 한 잔을 마셨다^^

heymryim 2020. 10. 11. 21:01

이틀 동안 힘든 숙제를 끝마쳤다.

먼 걸음을 해서 가져온 조선 유물에 대한 지적 호기심에 대한 어려운 문제를 푼 것인데...

언제나 그랬듯이 이런 어려움은 언제나 즐겁다.

2년 남짓 구입해온 우리 유물은 저마다 사연이 있었다.

그래서 한순간 한 장면들을 소중히 기록해 내 삶의 흔적을 남기려 했다.

그 소중한 행위는 때때로 단절된 문화 기록에 의해 번번이 무너지기도 했지만

끝내 풀어야 한다는 마음에 책자와 포털, 그리고 박물관 유물을 통해 답을 구하려 했다.

앞서 살다가신 큐레이터들의 서적을 보며 때론 강한 의문에 사로잡혀

습관처럼 다른 시각으로 해석해보려는 무리수를 두기도 했지만 결국 정답을 구하지 못해 내려놓은 적도 많았다.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 선조들이 찬란한 문화유산을 남길 때에는 왜 기록을 안했는지?...

그때마다 기록에 약한 조상을 참 많이도 원망했다.

후세를 위해 정확한 기록을 남겼다면 불필요한 언쟁과 논쟁은 하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문제는 또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전공자들의 잘못된 정보는 시기를 놓쳐버려 수정이 불가능해졌다.

또한 그들이 셀럽이 돼 의견을 내놓기만 하면 그를 따르는 호위무사들이 개떼처럼 달려드니...

나도 여러 차례 당한 경험이 있어 한 달 남짓 깊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고...

감정 소비하기 싫어 상주, 강진 반닫이를 결국 조선 반닫이로 콘텐츠 내용을 바꿨다.

아무튼 한번 잘못된 오류는 쉽게 바로잡을 수 없으니...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진실, 진리로 믿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할 뿐이다.

224년의 짧은 역사를 가진 미국의 경우는 대중음악의 경우도 순위를 기록한다. 빌보드란 이름으로!

1894년 11월 1일 첫 기록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26년 가까이 기록하는 것을 보며

부러움을 넘어 경외감까지 갖게 된다.

일찍이 우리도 그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다면 일본과 중국이 대놓고 역사왜곡을 하지 못했을 텐데 하는

그런 아쉬움을 갖는다.

기록이 없으니, 찾으려고 노력도 안 하고 있으니... 그래서 대다수의 사람이 낭패를 본다.

한번 굳어진 정보는 화석(化石)이 돼 모두들 그들의 찐(眞) 팬들이 되니...

작은 크기의 조선 중기 동화 백자(銅畵白瓷) 합(盒) 하나가 내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 있다.

이미 여러 차례 읽었던 책을 다시금 펼쳐보게 했고, 과거 박물관을 찾았을 때 적어뒀던 자체 기록물도 보게 했고,

뭐 인터넷을 구석구석 찾았고, 유명 학예사들의 신문 기사들도 스크랩하게 됐고...

나 스스로 완벽한 정답을 찾은 것은 아니다.

조선 백자의 진수인 분원의 백자는 조선시대 이념인 유교의 정신세계를 가장 잘 표현한 산물이다.

'꾸미되 사치스럽지 않고 질박하되 누추하지 않은 정도'의 중용(中庸)의 아름다움에 대한 철학이,

500여 년 동안 변치 않고 유행한 백자 제작의 힘의 원천이 된 것이다.

분원 백자의 맑고 투명한 백색과 단아하면서 당당한 형태를 대면하면

우리 선조들이 추구했던 '격조(格調)'와 '품격(品格)'을 엿볼 수 있다.

 하나를 품으면 역사를 찾게 되고, 그래서 우리의 뿌리를 자랑스럽게 여기게 된다.

숙제를 풀었다. 한달 동안 가위눌리게 했던 그 사람의 댓글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그리고 조선의 아름다운 '격조(格調)'와 '품격(品格)'을 지닌 조선 중기 동화 백자(銅畵白瓷) 합(盒)에

아주 좋은 잎차를 우려내 사진 몇 장을 찍었다.

맑은 향기와 부드러운 맛을 설백의 동화백자(銅畵白瓷) 합(盒)에 조용히 따랐다.

진한 차의 풍미는 내게 또 하나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깊어가는 휴일 밤이 그래서 행복한지 모른다.

찻잔 하나에서 찾은 이 기쁨!... 그건 나만의 특권이 된 지 오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