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된 보이숙차를 울렸습니다. 첫 탕은 버렸습니다.
두 번째 우린 찻물을 먼저 이도다완(井戶茶椀)에 따랐습니다.
이어서 고려백자(高麗白瓷)와 보성덤벙이에 차례로 따랐습니다.
세 개의 찻사발의 나이를 더하면 얼마나 될까? 생각하니 입꼬리가 올라갑니다. 대락 2천 년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비싸기로 유명한 찻사발-, 이도다완(井戶茶椀), 고려백자(高麗白瓷)와 보성덤벙이에 담긴 청나라 시기에 제작된 보이차를
차례로 마십니다. 깊은 향과 부드러운 차맛을 담고 있는 찻사발을 하나씩 입에 대며 맛을 음미합니다.
"차맛이 다 똑같겠지..." 하실 텐데, 글쎄요. 제 입맛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설명하기 힘든 그 무엇이 있습니다.
이도다완(井戶茶椀)은 보이차의 떫은 맛을 중화시켜주는 것 같고, 고려백자(高麗白瓷)는 깔끔한 맛을,
보성덤벙이는 부드러운 맛을 줍니다. 그런데 공통점은 있습니다. 편안한 맛을 준다는 겁니다. 목 넘김이 좋고, 깔끔합니다.
귀한 다완(茶椀)을 구하는 이유는 단 하나 감상의 즐거움과 좋은 찻물을 담기 위해서입니다.
일의 고단함을 잠시 잊고, 지난 시간을 찻사발에 담는 이 시간은 제 인생의 가장 큰 기쁨이 아닐 수 없습니다.
희로애락(喜怒哀樂)이 찻잔 속에 있습니다. 찻물을 담은 이 사발(沙鉢)은 제게 큰 우주(宇宙)와 같습니다.
뜨거운 화염 속에서 흙덩어리는 제 몸을 태워 아름다운 도자기로 탄생시킨 우리 사기장(沙器匠)의 뛰어난 예술혼에 머리숙여 감사드리며, 보이 찻물을 담은 이도다완(井戶茶椀), 고려백자(高麗白瓷)와 보성덤벙이에 대한 이야기를 끝을 맺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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