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포레스트(Little Forest)

나의 이야기

분갈이는 이렇게!!!

heymryim 2013. 2. 20. 09:47

 처음 분재에 입문하면서 가장 신기했던 점이 분갈이였다. 원숙한 손놀림에 감탄을 하곤 했다. 아무것도 몰랐기에 더욱 놀라웠다. 그러면서 마음 한켠에는 "나무가 죽는 거 아니야?"란 생각을 갖기도 했다.

 그렇게 신기했던 분갈이... 꼭 해보고 싶었던 일은 2012년 1월부터 2월 중순까지(분재입문 2개월차) 약 60여 그루의 나무(소품부터 중, 대품까지 모두 스승님 나무임)를 종류별로 다 해봤다. 평소 스승님이 했던 것을 눈으로 본 후, 바로 실행에 옮긴 것이다. 소나무, 향나무, 실생 주목, 까탈스러운 소사, 황피느릅, 애기 사과나무, 노아시(애기 감나무), 심산해당, 장수매, 명자, 모과, 배나무까지... '선무당이 사람잡는다'는 속담이 있는데, 이런 생각 때문에 '혹시 나무 잡는 것은 아닌가?' 몇 달을 두려워하기도 했다(혹여 스승님 나무가 다 죽는 것은 아닌가 걱정했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 나무들이 다 죽었느냐? 아니다. 모두 지난 봄과 여름, 가을을 건강하게 보냈고, 잔가지도 제법 나왔다. 나의 분갈이는 보는 사람을 경악하게 만들었는데, 그 이유는 뿌리에 있는 흙을 모두 털어주었으며, 지하수로 깨끗하게 씻어주었다. 물론 뿌리도 사정 봐주지 않고 무식할 정도로 잘랐다. 지금 생각하면 아찔한 경험이었지만 공격적인 작업을 통해서도 나무는 결코 죽지 않는다. 오히려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

 

 아래의 내용은 스승님의 분갈이 중요 사항을 정리한 내용이다.

 

 나무를 화분에 옮겨 심을 때 길게 뻗은 굵은 뿌리는 잘라야 한다. 굵은 뿌리를 자르지 않으면 좁은 화분에서 자리 잡을 수 없다. 또한 뿌리에 묻어 있는 흙은 깨끗하게 털어낼수록 좋다(노지에서 심은 나무를 화분에 옮겨 심을 때도 마찬가지). 깨끗하게 떨어내지 않고 남겨두면 시간이 흐르면서 이 흙이 딱딱하게 굳어 뿌리의 숨구멍을 막고 분토의 통기성을 떨어뜨려 뿌리가 썩는 원인이 된다.

 깨끗하게 흙을 털어버린 다음 작업은 뿌리를 깨끗하게 씻어준다. 그리고 잔뿌리를 일정하게 잘라준다(스승님은 가혹하리만큼 잔뿌리를 자른다). 나무의 잘린 뿌리는 화분의 새 흙에 놀란다. 나무는 모든 힘을 뿌리의 복구에 집중해가며 새 흙에 적응해간다.

 뿌리에서 영양분을 흡수하는 것은 굵은 뿌리가 아니라 가는 뿌리에 난 뿌리털이다. 나무는 영양분을 제대로 흡수하고 뿌리털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몸살을 하는 것으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스스로 이겨낸다.

 그렇기 때문에 분재로 기르는 나무는 뿌리의 굵기가 중요하지 않다. 대개 분재 화분을 보면 바닥 중앙에 하나, 즉면에 네 개의 구멍이 뚫려 있다. 이 구멍에 양쪽으로 철사를 넣어 나무의 뿌리 부분을 묶어주는데, 이는 뿌리가 흔들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철사가 굵은 뿌리의 역할을 하는 셈.

 그럼 왜 일정한 시기가 지나면 분갈이를 하느냐?...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화분은 3-4년만 지나면 뿌리로 가득 찬다. 화분에 올린 나무의 경우에는 화분 밑바닥에 뿌리가 가득 차는 경우가 많다. 습한 곳을 좋아하는 뿌리의 성질 때문에 보습력이 오래 지속되는 화분 바닥의 배수구멍이 막히고 길게 자라 뒤엉킨 뿌리에 밀려 분토가 올라온다. 흠뻑 물을 주어도 화분 밑바닥으로 잘 새어나오지 않는다. 배수가 되지 않아 통기성도 떨어지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딱딱해진 분토도 제역할을 하지 못한다. 그대로 두면 뿌리가 썩게 되는 것이다.  분갈이를 통해 뿌리의 노회한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줄 때가 된 것이다.

 무엇보다도 분갈이는 시기가 중요하다. 보통 송백류처럼 성장이 느린 것은 4-5년, 잡목류는 3-4년마다 해주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햇수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매일매일 나무의 상태를 살피는 일이 기본이다. 분토가 위로 올라와 있다든지, 나무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지 등, 나무와 화분의 변화에 관심을 가지고 살펴봐야 한다.

 화분에 꼭 차게 자란 뿌리의 일부를 잘라주는 분갈이는 나무의 휴면기인 겨울철에 해야 좋다. 지방에 따라 다르지만 11월에서 3월이 적당하다고 할 수 있는데, 화분의 수가 많으면 수종마다 그 시기를 조절해줄 필요가 있다.

 모과나무처럼 이듬해 봄에 새순이 일찍 나오는 것은 그만큼 분갈이도 조금 일찍 해야 한다.

 겨울철에 분갈이 한 나무는 온실 보관이 필수고, 서서히 적응한 후 바깥에 내놓아야 한다(스승님의 경우 5월 상순에 바깥에 내놓고 적응시킨다).

 

 * Tip

- 분갈이는 나무의 휴면기 때 할 것.

- 뿌리는 반드시 털고, 깨끗하게 씻어주고, 보기 좋게 잘라줄 것. 그래야 나무가 건강하게 자람.

- 깨끗하게 씻어준 굵은 마사토를 깔아준 후, 중간 크기의 마사토로 심어주면 OK(나무의 크기에 따라 마사의 입자도 달라짐).

- 송백류를 비롯해 잡목류 역시 마사토로 심어주면 나무가 게으르지 않고 건강하게 잘 자람(철쭉은 습한 성질의 수종이라 녹소토, 적옥토도 괜찮음. 하지만 1년에 한 번 반드시 분갈이 할 것. 물론 마사토로 심어도 무관).

- 마사토로 분갈이 한 후 두 달 동안 물관리에 신경쓸 것. 이유는 배수가 잘 돼 혹여 마를 수 있음. 분토를 꼭 확인한 후 물을 줄 것(스승님은 50년 내공이 있어 바짝 말린 후 흠뻑 물을 줘 나무를 부지런하게 만드는 노하우가 있음. 분력이 미천한 내가 했다가는 나무 다 죽임).

 

* 최근에 마사토로 분갈이 한 자연 주목(분에 뿌리과 꽉 차 T/R 비율과 상관없이 과감하게 잔뿌리를 잘라 주었음. 아주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음)

 

* 대품 해송 역시 오랫동안 분갈이를 안 해 지난 2월 초순 흙을 다 털어주었고, 역시 깨끗하게 씻어 잔뿌리를 과감하게 잘라주었음(인터넷에 잔뿌리에 원토와 하얀 균을 떼면 소나무가 죽는다고 하는데, 잘못된 정보임. 나의 소나무는 아주 깨끗하게 물로 씻어서 분갈이 했지만 더 건강하게 잘 자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