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하지 않은 고흥 귀얄 분청사기를 소장하게 됐습니다. 찌그러진 모습이 정겹습니다. 그래서 특별합니다.
때론 부족함이 온전한 것보다 더 아름다울 때가 있는데요. 아래의 귀얄 분청사기(粉靑沙器)를 본 후 다시 한번 깨닫게 됐습니다.
가로 20cm, 높이 10cm, 굽지름 5cm 크기로 밥을 담는 발(鉢)의 쓰임새로 만들어진 고흥 귀얄 분청사기(粉靑沙器)인 듯 싶습니다. 온전했다면 제 눈에 들어왔을까요? 아니 들어왔다고 해도 가격에 놀라 선택하기 어려웠을지 모릅니다.
정말이지 멋진 귀얄분청입니다. 마치 잘 그려진 추상화 같습니다.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보는 대로 이해하면 된다는 사기장의 큰 울림이 내 마음에 자리하고 있는 기분이 듭니다.
몇 번의 붓질로 완성된 사기장의 필력이 다완(茶碗)에 담겨 있는데요.
저는 이 멋진 기물(器物)을 차를 우릴 때 꼭 필요한 숙우(熟盂: 탕수를 식히는 사발, 흔히 수구로 많이 알려지고 있음)의 쓰임새를
위해 구입했습니다. 처음 녀석을 봤을 때 투박함에 반했고, 뜨거운 찻물을 부으니 아주 근사한 추상화가 보여 깜짝 놀랐습니다.
왜 서양인들이 분청사기에 열광하는지 알게 됐습니다. 다완에서 새로운 예술세계를 경험할 수 있으니 그럴 수밖에요.
피카소의 아름다운 미술도 경험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 p.s. 이 기물(器物)은 생김새처럼 많은 아픔이 있습니다.
구연부에 제살 붙임 수리가 제법 큽니다. 6백 년의 세월의 흔적을 이겨내기엔 많이 힘들었을 겁니다.
그래서 더욱 아끼며 사랑해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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