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포레스트(Little Forest)

나의 이야기

그윽한 황차의 풍미(風味)와 아름다운 인생(人生)

heymryim 2018. 7. 10. 01:09

 촉촉히 장맛비가 내렸습니다. 사납게 내려야 하는 장맛비가 이슬비처럼 부슬부슬 내립니다. 이런 날 좋은 차가 빠져선 안 되겠죠?

 오후 8시... 회의 탓에 오늘 차가 많이 막혔습니다. 식사도 늦어지고 차 마시는 시간이 마찬가지였습니다. 막내 아들과 맛있는 저녁식사가 끝난 후 늘 그랬듯이 바로 설거지를 했구요. 그리고 습관처럼 찻물을 데웠습니다. 뜨거운 물에는 황차(녹차잎을 발효해 만든 차)가 잘 어울리더군요. 뜨겁게 끓인 물을 찻잎에 부었습니다. 옅게 펼쳐지는 노란색의 찻물을 바라보며 참 색깔이 좋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호사도 이런 호사가 없습니다. 차 한 잔을 하는 이 시간이 하루 중 가장 기다려지니까요? 매일 매순간 안 좋은 것을 보고, 안 좋은 소리를 듣고, 안 좋은 이야기를 하며 제 몸과 마음은 너덜너덜해졌습니다. 그런 더러움을 말끔히 씻어주는 게 차 마시는 시간입니다. 드디어 차와 사랑에 빠지는 나만의 시간이 찾아옵니다. 그윽한 황차의 풍미(風味)를 코로 입으로 마시며 세상을 노래합니다. 인생을 노래합니다. 아름다운 인생 말입니다.

 15세기 초에 제작된 분청 국화문 찻사발과 맑고 깨끗한 소리가 나는 16세기에 제작된 백자 찻사발이 오늘 저와 함께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