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재는 자연을 가꾸는 즐거운 취미다. 시간이 갈수록 나의 욕구는 점점 커진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이유는 좋은 소재를 만나기가 어렵기 때문...
겨울비 치고는 제법 많이 내렸던 금요일... 분갈이를 준비하기 위해 청계단지에 들러 큰 분 1개, 중간 분 1개, 그리고 소품분을 샀다. 뼈속까지 시린 겨울비를 맞으며 서너 시간을 허비한 끝에 맘에 드는 분을 들고 찾아간 비밀정원... 오늘 분갈이를 하는지 몰랐던 녀석들에게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준비한다는 기쁜 마음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러나 힘든 과정을 거쳐 분갈이를 한 후 뭔가 허전한 기분이 들었다. 그것은 내 눈이 점점 높아져 가고, 식구를 늘려야 하는 시기에 좋은 소재를 찾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요 며칠 블로그에 소사와 관련된 글과 사진도 올렸는데, 소재를 팔려고 했던 취미인이 마음을 바꿨기에 기분이 급우울해졌다. 뭐 아주 훌륭한 소재는 아니었지만 피도 제법 깨끗했고, 다간이었기에 한 10년 이상 관리를 잘하면 잔가지도 제법 나올 법하다는 미래의 모습까지 그렸건만... 결국은 말짱 도루묵이 돼 기분이 참 우울했다.
아니 팔려고 내놨으면 기분 좋게 분양해주지... 갑자기 가격을 올리냐 말이지? 조석으로 바뀌는 게 사람의 마음이라고 했지만, 조금은 서운하고 기분도 안 좋았다. 기분 좋게 해줬으면 내가 갖고 있는 곡 좋은 진백도 줄 마음이 있었는데... "저기요... 스스로 복을 차는 겁니다. 기분 좋게 분양했으면 아주 좋은 진백을 그냥 주려는 마음도 가졌는데..."
이런 기분을 알았는지... "아주 좋은 소사 한 그루 찾아줄테니... 맘 쓰지마라"라며 스승님께서 토닥토닥 위로해주신다. "좋은 소사는 시장에 얼마든지 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주렴" 하신다.
소재로 중간목으로, 완성목으로 가는 험난한 길... 긴호흡으로 함께 하고 싶은 소사가 눈앞에서 사라진 현실에 즐거운 휴일에도 계속된다.
몸이 천근만근 무거운 오늘 하루... 소나무 두 그루를 새 분에 올리며 아쉬움을 달래본다.
***이걸로 만족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