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방송작가 생활을 한지 만 30년이 됐습니다.
세월만큼 내게 소중한 사람들이 있는데, 그중 가수들과의 만남이 가장 소중했습니다.
보고 싶을 땐 방송을 핑계로 스케줄을 잡곤 했는데... 가수 남궁옥분 씨가 그랬어요.
한결같이 온화한 미소로 따뜻하게 반겨주시는 고마운 사람...
"누나"라는 말을 떼기까지 참으로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쉘부르 출신 가수들이 "누나"라고 말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도 "누나"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망설였던 시간이 5년이 흘렀는데요. 2018년 늦가을 어느 날... 방송 인서트를 따기 위해 유선통화를 하며
용기를 내어서 "누나"라는 말을 뗐습니다.
아기가 처음으로 하는 말 "엄마"를 부르는 것처럼 힘들게, 어렵게 말을 뗐어요. "누나"라고...
그렇게 누나는 모든 사람을 포용해주는 고마운 분입니다.
지난 2월 25일 금요일 방송을 위해 누나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누나 보고 싶어요. 스케줄 한 번 잡아주세요"라며 애교를 떱니다.
그럼 누나는 언제나처럼 "OK"하시며 동생을 위해 기꺼이 응해주십니다.
1979년 <보고픈 내 친구>로 데뷔하셨으니 올해로 43년이란 긴 세월 동안 가수로 활동하고 계시는 남궁옥분 누나...
"난 방송국에 오면 빈 손으로 오는 날이 없는데... 오늘은 빈 손으로 왔네.
매니저가 몸이 너무 아파서 혼자 오느라 정신이 없어서... 미안 동생..." 하시는 누나의 모습에...
"이렇게 방송을 핑계로 누나를 볼 수 있어 참 고맙고 감사할 뿐입니다"라고 말하며 스튜디오로 향했습니다.
계단을 올라가면서 참으로 뻔뻔한 말을 하게 됐어요.
"누나 저도 누나 작품 갖고 싶어요. 가난한 작가니까 적당한 가격으로 한 점 부탁드립니다" 했더니
"그래? 그럼 선물로 줄게" 하시는 겁니다.
그렇게 한 달이란 시간이 흐른 뒤 누나의 그림 한 점이 집에 도착했습니다.
양희은 선생님 얼굴인 듯싶습니다. 누나만의 화풍으로 잘 그려진 팝아트 그림입니다.
2016년 작품인데요. 노란색 배경으로 그려진 이 작품은 온화함과 따스함을 동시에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7.80년대 청년문화의 상징인 양희은 선생의 원숙함을 팝아트 화풍으로 그렸으니
더 이상의 부연설명이 필요할까요?
세상에서 가장 귀한 작품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비록 가난한 작가이긴 하나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싶어요.
"감사합니다. 누나-^^ 누나의 따뜻한 마음을 가슴에 새기며 소중히 간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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