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더러운 다완을 왜 샀어요?" 하며 "그냥 준다고 해도 안 가질 거예요"라는 지인의 말에...
아래의 찻사발을 바라봤다.
우선 세워보면 온전한 모습을 띠고 있지 않다.
비대칭이다. 딱 떨어져야 하는데 뭔가 많이 부족한 모습이다.
오랫동안 묻혀 있었기에 흙물이 겉과 속에 다 배어 있다.
그리고 세월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고 여러 군데 금이 가있다.
온전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돈 주고 살 물건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사실 나도 처음엔 그랬다. 완전품에 매력을 느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하나둘 찻잔이 늘어나면서 깨진 것, 금이 간 것도 사게 됐다.
싸서? 아니다. 더 비쌌다. 처음엔 몰랐는데, 시간이 흐르니 깨지고, 파이고, 금이 간 다완에 눈길이 더 갔다.
그리고 딱 맞아떨어지는 찻잔보다 비대칭인 유물을 더 찾게 됐다.
기계로 찍어내는 공산품이 아니기에 수평이 안 맞아도 정겹게 보이며, 그것이 우리 도자기 본래의 아름다움이다.
어지간한 흠집이나 균열에는 무심해지니 진정한 아름다움을 보게 된 것이다.
본래의 아름다움에 가치를 두니 아래의 무안 덤벙이가 더욱 사랑스러웠다.
완전과 불완전에 대한 마음의 갈등을 이 찻잔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내린 결론! 아름다움의 가치는 영원하다!
흠집과 균열, 그리고 오염으로 얼룩진 모습에도 그 가치는 빛을 발한다.
세상에 단 하나 뿐인 이 찻잔은 우리 사기장의 무심무작(無心無作)에서 탄생됐다.
우리 사기장의 손을 빌려 조물주가 탄생시킨 빛나는 유물이니까...
무심히 바라보다 이 멋진 찻잔에 말차를 힘차게 저어 마셔봤다.
보는 즐거움과 마시는 즐거움을 확인하며 오랫동안 간직해야 할 다완이란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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