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의 변천사에서 청자의 양식이 화사하고 백자가 절제된 간결함이 있다면, 그 사이에 나타난 분청사기는 청자나 백자에 비해 양식이 비교적 자유롭고 정제되지 않은 소탈함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분청사기는 한 양식이 다른 양식으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과도기적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분청사기는 단순한 과도기 양식이 아니라 청자와 백자 사이에서, 15세기에서 16세기에 이르는 약 200년 동안이나 지속되면서 새로운 미학과 양식을 보여줬습니다. 분청사기의 특성은 이성적이고 명료한 결과보다 직관적이고 순정적 과정을 중시하는 한국인의 정서와 닮았습니다. 확실히 한국인들은 차가운 이성보다는 따스한 정을 선호하고 획일화된 틀보다는 역동적인 생명력을 중시했습니다. 분청사기는 바로 획일적인 틀을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