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포레스트(Little Forest)

나의 이야기

의리(義理)와 도리(道理)

heymryim 2015. 1. 10. 09:22

  예로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특별히 남자들에게 꼭 있어야 할 덕목 중의 하나가 바로 의리였다. 신의라고도 하는 이 말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지녀야 할 근본적인 신뢰와 그에 대한 지속적인 태도로 이해되어왔다. 이익과 손해를 생각하기 전에 상대방에 대한 인간적인 신뢰의 관계를 생각하고 그것을 끝까지 지켜나가는 것을 의리라고 배웠다. 그래서 의리를 저버리면 친구관계도 끝날 뿐만 아니라 상업상의 거래도 지속될 수 없다. 의리가 없으면 사람으로 여기지도 말라고 선인들은 말했다.

 

  하지만 요즘은 그 말이 상당히 왜곡되어서 무슨 패거리들이 쓰는 말처럼 되어버렸다. 폭력적이고 폐쇄적인 어떤 집단에서 자기 사람들에 대한 무한복종이나 충성의 태도를 나타내는 말로 의리라는 말이 자주 사용되는 것 같다. 그래서 의리란 아주 편협하고 부도덕한 집단의 사람들이 아무 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자기편에 속한 사람이라는 이유로 그를 감싸고 편들어 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은연중에 들게 된 것 같다. 그래서 의리라는 말은 무언가 심각하고 위험한 상황이 일어났을 때 발휘되는 일종의 동류의식 정도로 치부되고 말았다.

 

  이렇게 의리라는 말이 천박한 단어로 오해되게 된 것은 그 의리 안에 도리가 없기 때문일 것다. 도리란 어떻게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하여야 할지에 대한 이성으로부터의 규범이다. 그래서 의리가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말이라면 도리란 사람으로서 자기 자신의 처신에 대한 양심의 규범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참된 의리의 사람이 되기 위하여 도리를 몸에 체득하는 것이 더욱 시급한 일이 되는 것이다.

 

  더 삭막해진 요즘에 의리가 있는 사람이 되도록 힘쓸 일이다. 또한 도리가 우리 안에서 잊혀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도리 없는 의리는 맹목적적이고 의리 없는 도리는 허무할 뿐이다. 요사이 의리와 도리란 두 단어의 의미를 가슴에 새기며 어려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무엇이 정답인지 아직 알 수 없다는 것이... 가슴을 무겁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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