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7.5cm, 입지름 13.3cm, 밑지름 6.5cm 크기의 홍화(紅花)가 핀 이도다완(井戶茶椀)이다.
찻잔의 아쉬움과 발(鉢)의 부담 사이를 딱 꿰고 들어간 찻사발이다.
꼭 필요했던 다완이었기에 더 반갑게 느껴진다.
이도다완(井戶茶椀)의 고향 경남에서 제작된 16세기 기물이다.
사기장의 손자국도 바깥면에 있다. 둥근 곡선미가 편안함을 준다.
사선으로 딱 떨어지는 맛은 없으나 그것을 채우고도 남을 또 다른 기쁨이 담겨 있다.
붉은 꽃이 여기저기 피어 있다.
백토에 백자유를 시유했는데 불의 기운을 온몸으로 받아들여 오묘한 색감을 보여주고 있다.
붉은 꽃인 홍화(紅花)가 부족하지 않을 만큼 피어 있다.
따뜻한 찻물이 닿으면 수줍은 모습을 띠던 빨간 꽃이 다인(茶人)을 희롱한다.
차 맛을 느끼기 전에 꽃에 취해 이 다완의 매력에 흠뻑 빠지니 더 무엇을 바랄까!
크기와 백자의 색감, 높은 밑굽이 주는 안정감 등등 어찌 5백 년 세월을 온전하게 이겨냈는지...
기특할 따름이다.
부산의 모 변호사가 오랫동안 감상했던 작품으로 들었는데,
나는 다완으로 애용하려 한다.
홍화(紅花)에 취해 남녘의 자연과 하나 되려 한다. 그러기에 충분한 그 무엇이 있다.
*모든 백자에 홍화(紅花)가 그려지는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흙을 수비하는 과정에서 태토에 산소가 들어가 있었고,
가마에서 소성할 때 환원 방법으로 도자기를 굽는데 그때 가마 안에 산소를 다 태우지 못해
철분이 기벽으로 나와 붉은 기운을 띤 것이다.
바늘구멍처럼 생긴 여러 개의 기벽에 옅은 톤의 붉은 색이 찻물이 닿으면
마치 홍매화꽃이 개화되 듯 아름다운 색감을 띤다.
아래의 이도다완의 경우는 밑굽 전체와 내저면 중앙이 붉은 기운을 보여주고 있다.
소성과정에서 생기는 일종의 요변으로 탄생한 아래의 다완은 어쩌면 의도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연이 만든 선물이라 할 수 있다.
나와의 특별한 만남을 위해 자연이 내게 선물을 주기 위해 시간여행을 한 것이다.
나는 그것을 품었을 뿐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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