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자연은 나를 위한 따뜻한 위로

heymryim 2013. 1. 29. 10:13

고단한 삶 속에서 유일한 탈출구가 있다면 바로 자연일 거야. 지금 내게 가장 큰 힘이 되어주고 따뜻한 위로를 주는 대상도 자연, 바로 분재일 거고.

 언제부터인가 내 마음의 방 가운데 자리잡은 작은 나무들... 선뜻 하지 못했던 것은 용기가 없어서였지. 혹여 예쁜 나무들이 시름시름 앓다가 내곁을 떠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 하지만 큰 용기를 내서 백일홍 나무도 집에 들여놓고, 파릇파릇한 관엽식물을 거실 곳곳에 배치하니 집이 화사했어. 삭막한 공간이었던 회색빛에 생명의 온기를 느껴주기에 충분한 소품 이상의 가치가 있었지. 매일 건강한 이파리를 바라보며 속 깊은 얘기도 했고, 물을 주며 "맛있니"라며 다정스럽게 얘기했고... 지나고 보니 그 시절부터 나무와 자연에 푹 빠졌던 거 같아.

 난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나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줬을까? 방송을 하면서 동료들에게 쌀쌀맞게 대했을까? 오직 나 한 사람만 잘 되려고 다른 프로그램을 폄훼했을까?

 그렇게 20년 넘게 방송작가 생활을 하면서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는지 조용히 뒤돌아 볼 시간이 요사이 생겼다. 행복한 가정을 꿈꿨던 첫 번째 바람도 비극적인 결말로 끝났고, 이제 남은 건 한결 같은 마음으로 아빠를 지켜보며 응원한 두 아들... 그리고 두 아들을 건강한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겠끔 돌봐주시는 어머니와 여동생들... 한 눈 팔지 못하겠끔 바른 길로 인도해주시는 스승님... 거기에 하나 더 언제나 내편이 돼주는 비밀정원 나무들...

 다 잃고 남은 게 아무것도 없다며 절망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나를 일으켜 세운 건 바로 가족과 자연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힘찬 응원을 해준, 모난 날카로움을 무디게 해준 고마운 자연의 배려... 인생 제2막의 모멘텀을 준 자연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있기에 참 다행이다란 생각을 해본다.

 경험보다 좋은 가르침은 없다고 하는데... 요사이 이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나를 위해 아낌없이 주는 나무들... 강한 생명력에서 삶의 소중함을 배우고 있고, 언제나 한결 같이 나를 포용해주는 그들의 따뜻한 위로에서 역동적이 에너지를 얻고 있다. 휴식 같은 편안함을 주는 나무가 있어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명자 소품

 

*기산초 돌붙임

 

*여름까마귀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