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상한 취미? 그러나 댓가는 비싸다!
유년시절부터 혼자 노는 것을 좋아했다.
비싼 프라모델부터 시작해, 우표, 옛날 화폐를 수집했고...
젊은 시절엔 오디오와 LP, CD를 구입하는데 큰 돈을 썼다.
LP는 4만장, CD는 3만장...
이삿짐 센터 직원이 내 방을 보지 않고 환한 미소를 띠며
"짐이 별로 없네요!" 하다가...
결국 내 방을 보고 아연실색하며... 자신이 한 말에 깊은 원망을 한다.
그뒤 자동차에 취미를 가져 스포츠카에서 세단, SUV, 수입차에 이르기까지...
하고 싶은 것은 다 하고 살았다.
어디 그뿐인가?
명품이란 것엔 관심이 없던 내가 어느 날 나에게 상을 준다는 의미로...
온갖 명품을 구입하며, 쓸데 없는 자기 과시를 한 때도 있었고...
어느 날 갑자기 고가의 시계에 미쳐...
있는 돈 탈탈 털어 시계 구입에만 몇 천만원을 쓰기도 했다.
그럼 이것이 지금 나와 함께 하느냐?
아니다... 나하고는 인연이 없었는지...
남의 손을 타 내게서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리고 시작한 분재생활...
자연이 좋아, 나무가 좋아 시작한다는 각오로...
이제 14개월차가 돼 간다.
짧은 기간... 큰 돈을 지출했다.
소나무가 좋아 3백만원 상당의 중품 크기인 적송을 사는가 하면...
소품이 대세란 말에 기백만원을 지출하고...
분생활 30년 했다는 해송이 맘에 들어 역시 기백만원을...
자연의 선과 곡에 취해 몇 백만원을 호가하는 주목을...
동호인이 하도 진백을 자랑해서...
아예 진백 얘기는 못하게 하려고...
몇 천만원을 쓰는 호기를 부리기도 했다.
지고는 못 산다는 평소의 마음 때문에...
지르고 질렀던 1년 2개월...
돌이켜 보면 참 못났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좋아 시작한 분재...
하지만 옆에서 그런 나를 가만 두지 않는다.
정보를 얻기 위해 카페에 가입해 적당한 글과 사진을 올렸다가...
쓸데 없는 공격과 시샘을 받고 아파했던 적도 있고(물론 화가 나 카페에서 탈퇴했음)...
주위 사람의 없줍잖은 훈수에 흥분한 적도 있고...
동호인의 괄시와 시샘에 그만 할까? 하는 생각도 했봤고...
큰 돈을 썼기에 나의 스승님은 그런 나를 어떻게 대할까? 고민도 했봤고...
분재 생활 14개월이 지나고 있는 지금도 갈등과 갈등 속에서 시원하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무엇 때문에 미친 짓을 할까?
그돈으로 할 것도 많은데?...
아직 젊은 내가 할 수 있는 취미도 많은데...
어르신들 틈바구니에서 괄시 받으며 왜 하는지...?
그런데 칼을 뽑았으니 바로 칼집에 넣을 순 없고...
"그래 끝까지 가보자"란 다짐섞인 말과 함께 오늘도 이 길을 뚜벅뚜벅 걸어간다.
10년 뒤, 20년 후의 모습을 머리속에 그리며...
"오늘은 무슨 나무를 사지?"하며... 스승님의 속을 새까맣게 태우고 있다.
"더 좋은 나무 좀 구해오세요!"라고...
사실 나무에 대한 지름신이 사라지면 이 생활도 끝인데...라는 두려움에
오늘도 고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