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조급함을 버려라

heymryim 2014. 11. 21. 08:19

 분재를 하다보면 서두르게 된다. 한국인의 성격이 잘 드러나는 게 바로 분재. 개인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이상적인 수형이 있기 마련. 그래서 모두가 이 시기(겨울)가 되면 서두른다. 나 역시 서두르다가 좋은 소재를 수도 하늘로 보냈다.

 이처럼 조급증은 좋은 소재를 망가지게 하며 때론 나무를 아예 죽일 수 있다. 무릇 자연은 자연스러워야 한다. 아무리 위대한 장인이 만든다고 해도 자연상태의 수종과는 비교할 수 없다. 다만 그들의 손길에 조금은 자연스럽게 바뀐다는 것뿐이다.

 천천히 생각하고 가도 절대 늦지 않는다. 오늘만 살고 가는 것이 아닌데 왜 서둘러야 하는가? 주간의 흐름과 다르다고 생각해서 가위와 톱을 들고 바로 자를 필요가 없다. 나의 생각이 무조건 맞는 것은 아니니까? 확신이 서지 않으면 분재 30년 이상 한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고쳐도 늦지 않는다.

 그리고 전문가를 사칭하는 비전문가들(취미인일 수 있고, 분재에 미천한 경력자들)의 의견은 절대 듣지 말 것. 얼치기들이 나무를 상하게 하고, 결국 분재에 흥미를 떨어트리게 하는 원인. 천천히 보고 가도 늦지 않다. 그리고 취미인은 절대고수들의 작품을 만들겠다는 자만심을 버려야 한다. 세월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보여주는 게 바로 나무... 중요한 것은 구입할 때, 전체적인 수형을 보고 선택할 것. 오랫동안 관리할 수 있는가란 질문을 던지며 소재를 구입하면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분재는 자연을 분으로 옮기는 것이다. 대자연의 나무를 분에 축소해 옮기는 것이다. 하루 아침에 모든 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세월이 만드는 것이다. 그 세월을 따르며 천천히 가면 된다. 이 과정을 통해 나무가 완성되는 것이다. 분재를 통해 조급함을 버리며, 자연을 배우는 즐거움을 모두가 누리길 응원하다.

 

* 3년 동안 내 공간을 빛내주고 있는 주목 소재 두 점(작은 사이즈는 완성으로 달려가고 있고, 그 옆 현애소재는 5년 이상 지켜봐야 완성으로 갈 수 있다. 시작부터 바로 만들려 했던 조급증을 이 나무를 통해 버릴 수 있었다. 천년을 기다려야 뼈사리가 완성되는 것을 미천한 인간이 어떻게 그 세월을 뛰어넘을 수 있겠는가?)

 

* 아주 고가의 재래종 향나무로 조급증과 자만심으로 작년 가을 결국 나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세심한 배려만 있었다면

분명 살릴 수 있었는데, 아쉽게도 주인을 잘 못 만나 하늘로 올라갔다. 이런 시행착오를 2년 동안 하며 30여 그루의 나무들-, 향나무와 소나무, 주목을 잃었다. 비싼 수업료(2천여 만원)를 톡톡히 치르고 내린 결론, 자만하지 말고, 천천히 가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