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방사우(文房四友)

몽블랑 마이스터스튁 어린 왕자 솔리테어 르그랑 만년필

heymryim 2022. 10. 1. 00:21

이 만년필의 정확한 이름은 '몽블랑 마이스터스튁 르 쁘띠 프린스 솔리테어 르그랑'이다.

만년필의 특징은 여우 얼굴 패턴이 인그레이빙 처리된 딥 블루에

플래티넘 플레이팅 소재를 사용해 한정판만이 갖는 고급스러움을 보여준다.
어린 왕자 르그랑 모델은 명실상부한 몽블랑사의 대표 온고잉 모델인 146 시리즈를 베이스로

만든 한정판이다.

146 르그랑의 무게는 가벼운 건 아니지만 그것보다도 더 큰 존재감을 주는 느낌의 만년필이다.
시가형 바디에 캡탑의 하얀 육각별이 포인트고,

전반적으로 딥 블루 바디에 전반적으로 플래티넘 트림이다.
클립 링과 노브 앞에 링이 한 줄씩 있고, 클립은 일자로 심플하다.
중결링은 몽블랑 마이스트스튁이라고 쓰여 있고 위아래로 장식링 하나씩 달려 있다.
조금 더 자세히 보면 클립 오른쪽에 일련번호가 레이저로 새겨져 있고, 
클립 안쪽에 Made In Germany Metal이라고 적혀 있다.
이런 디테일은 가품을 감별할 때 쓰이고 있다.
솔리테어 르그랑도 피스톤 필링 방식이라 노브를 돌려서 잉크를 충전한다.
힘을 주든 안 주든 필감은 균일하게 써진다.
기존의 닙 특성상 새 제품은 길들여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듣곤 하는데
이 녀석은 적응할 이유도, 필요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플렉시블하다.
정말 편안하다. 그립과 팁끝 감촉 마감이 몽블랑이다.
즐거운 인지부조화가 느껴졌다.
티핑 두께 자체가 굉장히 날렵해서 부드럽게 가공되었어도 그 속에 예리함이 느껴진다.
그래서 쓸 때 생길 수 있는 둔한 필기감을 한차례 잡아주면서 예민함을 보여준다.
잉크 흐림이 풍부해 F닙이면서도 M닙 정도로 느껴질 정도로 호방한 획이 나온다.
그래서 쓰는 재미가 있다.
마음껏 가지고 놀아도 피딩이 안정적으로 받쳐주니...
이 멋진 닙을 통해 전달되는 이 느낌은 중독성이 강하다 할 수 있다.
어쨌든 정말 매력적인 경험임은 분명하다. 
새 펜임에도 비포 & 애프터 차이가 없을 듯한 녀석에게 푹 빠졌다.
무겁다, 두껍다는 후기들이 많아 살짝 걱정도 했지만
확실히 쥐어보고 써보니까 '몽블랑이 만들면 다르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기존의 146 모델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플렉시블함을 즐기려면 
확실하게, 빠르게 반응하면서도 예리하면서도 기분 좋은 둔함까지 더해진

최고의 선택지라 할 수 있다.
클래식한 만년필에서 기대되는 모든 소양과 개성미 넘치는 투톤 닙에서 요구되는

모든 역량을 갖춰서 다시 말해 가장 클래식한 펜이 가장 장난스러운 기믹을 갖춰서

230만 원짜리 어른들의 장난감을 만들어냈다.
그래서 쓰면서 엄청난 즐거움에 빠져 행복한 시간을 만들고 있다.
반짝반짝한 새 상태에서 잉크를 넣고 써 본 기분은?... 잘 샀다. 그래서 대만족이다. 뿌듯하다.
좋은 분으로부터 만족스러운 가격에 양보를 받았다.

"구입 후 사인 한 번 해본 게 전붑니다. 멀리 대전까지 와주신 진정성에

작가님께 드리고 싶었습니다. 잘 사용하십시오"하며 전달받은

몽블랑 마이스터스튁 어린 왕자 솔리테어 르그랑 만년필!

구두약속마저 헌신짝처럼 버리는 양심 없는 리셀러들이 판치는 중고시장에...

좋은 분으로부터 큰 선물을 받았다.

"감사합니다. 잘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