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나무를 보러 오시는 분들께...
2013년에 동백에 빠진 적이 있습니다. 무늬 동백 말입니다.
당시 무늬 동백은 말 그대로 가장 뜨거운 개체 중 하나였습니다.
이파리 한 장 가격이 비싼 것은 1천만 원에 거래됐으니까요.
그렇게 무늬 동백은 2016년까지 투자가치가 있다는 입소문으로 인해 애호가부터 일반인까지
무늬 동백시장에 끌어들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동백의 특성상 가지 접을 성공하면 이파리가 무한대로 번식이 됐습니다.
한 장이 결국 수백 장으로 늘어났으니 가격이 곤두박질 칠 수밖에요.
그렇게 무늬 동백 열풍은 5년이란 짧은 시간 주목받다가 인기가 수그러졌습니다.
이젠 아주 착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삽목 하나가 몇 천 원에서 몇 만 원이면 구입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반려식물로 사랑받고 있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그런 까닭으로 많은 분들이 무늬 동백 개체에 대해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제 블로그에 많이들 방문해주십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혹시 무늬 동백에 대해 궁금해서 오시는 분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게 아닌가 싶어
글을 남깁니다.
재래종 동백나무들 , 즉 큰 동백나무들을 보신 후 따라 하실 것 같아
'동백나무를 보러 오시는 분들께'란 제하의 글을 올리게 됐습니다.
멀쩡한 나무의 가지를 잘라서 명목을 만든다며 정신 나간 짓을 했습니다.
그리고 잘린 옆에 신아들이 올라오는 것을 마치 성공한 것처럼 포스팅했고요. 결과부터 말씀드립니다.
한마디로 미친 짓을 해서 좋은 나무를 다 죽였습니다.
무안에서 좋은 재래종 동백나무를 사서 그냥 가꾸고 봤다면 지금쯤 명목(名木)이 됐을 겁니다.
좋은 나무를 만들어주겠다는 말에 넘어가 가지를 자랐다가 나무는 엉망이 됐고, 결국 세력을 잃어 죽었습니다.
관리 부재까지 더해져 동백나무 전체가 싹 죽었습니다. 날린 돈만 5천만 원이 넘는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 손해는 취미인의 몫이었고, 결국 동백과의 인연은 새드엔딩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욕심이 화(禍)를 불러일으켰습니다.
혹시 동백을 하시는 분들께서 제 블로그를 참조하신다면 무늬 동백 삽목만 참조하시고,
개작이니 뭐 그런 것을 참조하시려 들어오셨다면 절대 따라 하지 마십시오.
결국은 죽습니다. 그리고 마음만 다칩니다.
자연에 순응하면 자란 나무를 어쭙잖은 안목으로 잘랐다가는 후회만 합니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주인이 그 부족함을 보듬어주며 가꾸다 보면 시간이 흐른 뒤 봐줄 만한 나무로 변하기 마련입니다.
제가 소장하고 있던 큰 동백나무 전부는 2018년 초봄부터 그해 여름에 다 죽었습니다. 크고 작은 나무 다 말입니다.
물론 무늬 동백도 전부 죽었습니다. 분재원에서 말입니다.
욕심 부리지 마시고 작은 것부터 하나둘 가꾸시다가 자신감이 생기면 그때 큰 나무를 하셔도 무방할 듯싶습니다.
도움이 되셨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며... 졸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참고로 개작한다는 이유로 가지를 잘랐다가 아래의 나무는 다 죽었습니다.
반면교사 삼으시라고 사진 몇 장 올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