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정원이자 내가 꿈꾸는 비밀정원-, 수덕사
2009년 12월 상순으로 기억한다. 충남에 위치한 수덕사를 찾았다.
마음의 위안을 얻기 위해 사찰을 종종 찾던 내가 충남 수덕사를 찾은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평일이어서 사찰을 찾은 사람이 많지 않아 고즈넉한 게 참 좋았다.
지난겨울은 참 추웠지만 수덕사를 찾았던 그해 초 겨울은 초봄처럼 따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 온기 탓인지 길가에 수주한 소녀 웃음을 머금은 개나리가 반겨주었고,
사찰 주위에 유난히 예쁜 새와 새소리로 발걸음을 즐겁게 해 줬다.
아름다운 풍광에 취해 사찰로 가는 길에 고암 이응로 화백이 작업했던 초가(草家)가 반겨주었다.
소나무와 낙엽수가 가지런히 조경돼 있는 정겨운 산책로... 그 길 위를 다정하게 노니는 암수의 새들...
무거웠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고, 주름졌던 마음도 활짝 펴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래서 자연은 우리 모두를 포용하는 어머니와 같은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이 수덕사에는 아름다운 전설 같은 설화가 있다.
홍주 마을에 사는 수덕이란 도령이 있었다. 수덕 도령은 훌륭한 가문의 도령이었는데,
어느 날 사냥을 나갔다가 사냥터의 먼발치에서 낭자를 보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
집에 돌아와 곧 상사병에 걸린 도령은 수소문한 결과
그 낭자가 건너 마을에 혼자 사는 덕숭 낭자라는 것을 알게 되어 청혼을 했으나 여러 번 거절당한다.
수덕 도령의 끈질긴 청혼으로 마침내 덕숭 낭자는 자기 집 근처에 절을 하나 지어 줄 것을 조건으로 청혼을 허락하였다.
수덕 도령은 기쁜 마음으로 절을 짓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탐욕스러운 마음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에 절을 완성하는 순간 불이 나서 소실되었다.
다시 목욕재계하고 예배 후 절을 지었으나 이따금 떠오르는 낭자의 생각 때문에 다시 불이 일어 완성하지 못했다.
세 번째는 오로지 부처님만을 생각하고 절을 다 지었다.
그 후 낭자는 어쩔 수 없이 결혼을 했으나 수덕 도령이 손을 대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이를 참지 못한 수덕도령이 덕숭 낭자를 강제로 끌어안는 순간
뇌성벽력이 일면서 낭자는 어디론가 가 버리고 낭자의 한쪽 버선만이 쥐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는 바위로 변하고 옆에는 버선 모양의 하얀 꽃이 피어 있었다. 이 꽃을 버선 꽃이라 한다.
낭자는 관음보살의 화신이었으며 이후 수덕사는 수덕 도령의 이름을 따고
산은 덕숭 낭자의 이름을 따서 덕숭산이라 하여 덕숭산 수덕사라 하였다는 전설이다.
수덕사 대웅전의 아름다운 목조건물은 우리 조상의 뛰어난 예술혼을 느낄 수 있으며,
또한 이 곳에서 눈에 띄는 것은 오래된 소나무였다.
평소 소나무를 좋아하던 터라 수덕사 대웅전에 있는 소나무는 내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마치 천년송 같은 자태를 뽐냈다.
수덕사의 전설 수덕 도령과 덩숭 낭자의 애틋한 사랑을 위로하는 부처의 자비가 천년송을 선물하지 않았나 싶었다.
이름은 알 수 없으나 뿌리는 하나이나 쌍간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수형의 연인송(戀人松)으로 손색없었다.
수피의 건강함과 이파리의 싱싱함을 지켜보며, 천하의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소나무를 바라보다가 바로 옆에 키가 작은 소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이 설화를 바탕으로 유추해보면 연인송(戀人松)의 자식목이 아닌가 싶다.
코로나 19 팬더믹(대유행)으로 일상이 사라진 지 15개월이 지났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블랙아웃(암전)이 된 세상에 희망의 불씨를 피우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더러운 바이러스에 번번이 무너지고 있다.
안과 밖이 녹록지 않다. 그래서인지 희망보다는 절망이, 웃음보다는 슬픔이 앞선다.
사람을 탓하고, 세상을 탓한들 무엇하랴. 다 내 탓이며, 우리 탓인 것을...
복(福)이란 뜻은 넓게 보는 것이며, 화(禍)는 허물을 보는 것을 뜻한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복이 되고 화가 된다.
2021년 남은 7개월 남짓한 시간은 우리 모두에게 복을 품을 수 있는 아주 작은 희망의 불씨가 타올랐으면 좋겠다.
힘들 때마다 큰 힘을 얻는 아름다운 나의 정원이자 내가 꿈꾸는 비밀정원인 수덕사...
그 정원의 중심에 위치한 연인송과 자녀목을 보며... 여러분 모두도 잃어버린 마음의 평온과 평화를 찾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