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언제까지 취미인은 호구로 살아야 하는가?

heymryim 2020. 9. 17. 10:43

얕보이면 죽는다. 당하는 게 바보지.

그래서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말이 있습니다.

"내가 호구냐? 내가 호구로 보여?"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로 알까 봐 불안하고, 혹시 나 모르는 사이에

내가 호구가 된 건 아닌가 하는 공포에 휩싸이기도 합니다.

조금만 어리숙해만 보이면 달려들어서 뭐든 빼먹으려고 하는데

세상에 호구가 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이런 생각을 하며 호구(虎口)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봤습니다.
1. 범의 아가리라는 뜻으로, 매우 위태로운 처지나 형편을 이르는 말.

2. 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어릴 때부터 손으로 만지작거리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프라모델 만들기부터 피규어 수집까지... 그렇게 덕후질을 한 지 40년이 흘러 지금의 내가 있는데...

돌이켜보면 사는 게 때론 취미를 위한 과정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삶의 활력을 찾기 위해 시작된 취미생활은 적당히 했어야 했는데 올인하는 바람에 금전적인 손해도 매우 컸습니다.

사람을 한번 믿으면 절대 의심하지 않는 성격 탓에 어리석다는 말도 많이 들었고요.

인간관계가 돈돈해지려면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하는데, 대부분의 경우 얄팍한 상술로 뜯어먹으려 하니...

도움을 준 사람을 고맙게 생각하기는커녕 언제나 호구 취급을 당하기 일쑤여서

섭섭함을 넘어 울화가 치밀 정도로 화가 날 지경입니다.

돕는 듯하면서 결과는 항상 취미인만 손해보는 이상한 세계(시장)...

나무 구입에 3억 넘게 지출했는데, 남은 것은 불명예스러운 "전국 호구"란 말과 달랑 돌 2점뿐이고,

그래서 새로운 취미로 수석으로 방향을 틀었는데, 이 분야의 사람들의 폐쇄성에 학을 떼여

결국 손절하기에 이르게 됐는데...

 

돌을 판매한다고 포스팅하니 나까마(중개업자) 가격 운운하며 속을 박박 긁어대고...

또 어떤 이는 방생할 수준 이하의 돌도 있다며 조롱섞인 글로 약을 치기도 하고...

자신의 손해를 타인에게 전가한다는 어느 몰상식한 업자의 막가파식 비방까지 듣기에 이르니...

그대들에게 한마디 합니다.

"여보... 내가 당신들 호구냐? 내가 호구로 보여?

그리고 내가 당신들 한테 뭘 잘 못했다고 사사건건 시비를 걸어?

맘에 안 들면 지나치면 되지?"...

 

나무로 된 공예품 몇 점 갖고 있다고 전문가 행세하고, 그것도 모자라 돌을 사고팔지 마라,

당신의 잘 못된 정보가 고미술품 애호가들의 혼선을 낳고 있다는 얘기까지...

도자기의 연대와 지역이 틀리다는 등등...

불현듯 글쓰기가 무섭다는 생각이 들 정도니...

요 며칠 블로그를 폐쇄해버릴까? 그런 달콤한 유혹에 빠진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제가 그 몇 사람들에게 무릎을 꿇는다면 결국 그들의 말이 사실이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내린 결론은 '끝까지 가보자'입니다.

개무시하고 가면 그만인 것을... 댓글 달면 지위 버리면 되고, 그래도 달면 차단하면 되고,

또 다른 방법으로 인신공격하면 형사 고발하면 되고...

이제 취미생활도 재밌게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습니다. "더 이상 호구짓 하지 않겠다!"

 

판매자와 주위 분들의 도움으로 하나씩 아이템을 늘려가는 재미에 골동품을 모으고 있습니다.

처음에 개수를 늘리기 위해 이것저것 두서없이 구입을 했는데요.

그렇게 중구난방 구입하다 보니 정리의 필요성도 느끼게 됐습니다.

돌도 마찬가지였고요. 사기를 당해서? 절대 아닙니다.

골동품의 대부분이 도자기인지라 돌과 부딪치면 유물이 손실되잖아요. 그래서 내놓게 된 겁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외국 돌은 형편없는 돌, 싸구려 돌, 심지어 '사기돌'로 치부하는데...

그런 분들은 돌을 할 자격이 없다고 봐요. 자신의 이익을 위해 돌의 가치를 떨어뜨리려는 얕은 수로 보입니다.

비싸다 싶으면 지나치면 될 것을 하나하나 시시비비를 가리자며 죽자고 덤비니...

그러니 이 바닥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어요.

 

각설하고, 도자기와 관련된 제 입장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글이 길어졌습니다.

제 소장 유물의 대부분은 분청사기입니다.

특히 찻사발 용도로 쓰기 위해 많이 구입을 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무안 지역의 반덤벙과 귀얄 기법의 도자기가 많아요.

오육백 년 전 제작된 유물인지라 상태가 안 좋아 사용할 목적으로 금수리를 많이 하고 있고요.

우리 유물의 소중함을 알기에 만만치 않은 비용을 들여 수리하고 있습니다.

또 그렇게 수리된 찻사발은 실제로 찻물을 우려내 사용하고 있고요. 그것이 또 다른 취미이자 즐거움입니다.

 

그리고 고흥과 보성 지역의 덤벙이와 귀얄 기법으로 제작된 다완도 다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오해를 하실 수 있어 이 부분은 짚고 넘어가야겠다 싶어 말씀드립니다.

시장에서 고흥과 보성 분청사기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싼 것도 사실입니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일본 다인(茶人)들 때문이에요. 여기에 골동품을 취급하시는 분들도 한몫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 사람을 언급하고 싶은 생각은 일(1)도 없는 데 골뱅이 보라라는 필명의 사람이 연도와 지역을 잘 못 올렸다고

엉뚱한 소리를 했으니 바로잡아야 할 필요를 느꼈습니다(백자합을 비롯해 금수리한 찻사발을 지적했기에).

 

전 판매자의 양심을 믿고 싶습니다. 아니 믿습니다.

여기에 몇 분의 조언과 제가 구입한 골동품 관련 책자(한국의 美, 國寶, 한국미술전집) 전집물과

유홍준 교수의 한국미술사 강의 1.2.3. 완당평전, 국보순례, 명작순례, 안목, 나의 문화 답사기,

최순우 선생의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나는 내 것이 아름답다,

그밖에 50여 권의 한국 미술사와 도자기 관련 전문서적을 보고 또 보며 익히고 있습니다.

정확한 기록을 정리하기 위해 스스로 여러 경로의 체크를 통해 올바른 정보를 기록해야겠다는 강박증까지 더해져

지금의 콘텐츠가 쌓인 것입니다.

그리고 혹여 제가 올린 내용에 잘 못이 있다면 바로 수정할 생각입니다. 그 일은 언제나 즐거운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쓰다 보니 결국 제 자랑은 한 것 같습니다. 깨방정 부리지 않으며 사는 게 제 모토인데... 결과는 ^^

 

'언제까지 취미인은 호구로 살아야 하는가?'란 도발적인 제하(題下)로 두서없이 글을 쓴 것 같은데요.

그래도 메시지는 남겨야겠다 싶어 글이 길어졌습니다.

저... 장사꾼 아닙니다. 돌이 좋고, 골동품이 좋아 많은 시간과 돈을 쓰며 즐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판매를 하느냐?... 안 좋아서가 아니라 선택과 집중을 하는 과정에 정리를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제 블로그에 좌측 카테고리에 전진 식물원과 진도 황금무늬 동백이 있어요. 전화번호도 기록했고요.

이유는 제가 평소 이 분들과 동백(무늬, 마삭)을 취미로 했을 때 가깝게 지냈던 분들입니다.

마음을 나누기 위해 그분들이 가꾸는 나무와 무늬를 소개해드렸다는 점 처음으로 밝힙니다.

아름다움을 가꾸는 분들이기에 마음을 나누고 싶어 소개한 것뿐입니다.

장사꾼으로, 나까마(중개업자)로 보시지 마시고, 알찬 내용을 위해 더욱 분발하겠다는 각오를 세우며...

그리고 가급적 시끄러운 짓은 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필요 이상으로 대응하는 것 같아 스스로 많이 부족한 사람인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

그러니 혹여 제 글이 불편하셨다면 머리 숙여 사과를 드립니다.

좋은 내용을 올리기 위해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많이 숙고하면서 포스팅(블로깅)하겠습니다.

많이 봐주시고, 또 많이 가르쳐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p.s. 취미인을 동반자로 대해 주시고, 서로 도우며 삽시다.

한 번에 등골 빼먹는다는 얄팍한 상술은 결국 이 시장이 망하는 지름길이에요.

끝으로 살아가면서 더 넓은 안전지대를 마련하기 위해 인류가 개발해낸 세련된 생활양식이 '친절'이란 점을 밝히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