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차 한 잔의 여유, 그리고 행복

heymryim 2020. 7. 29. 09:31

맛있는 저녁을 먹은 후 입가심하기 좋은 게 뭘까? 찾아봤다.

원두커피를 드립해 한 잔 마실까? 생각했다가 한동안 잊고 있던 말차 맛이 떠올랐다.

그리고 말차 가루를 꺼내놓고, 오늘은 어떤 잔에 마실까? 고민하다가 금수리 한 운대로 귀얄 대접을 가져왔다.

뜨거운 찻물이 닿으면 혹시 안 좋을까 봐 애지중지했던 찻사발을 꺼냈다.

세월의 힘을 이겨내지 못해 크고 작은 금이 간 다완(茶椀)을 여러 번 옻칠과 금칠을 해서 지금의 모습을 띠고 있는

이 멋진 잔에 찻물을 우려내고 싶었다.

그냥 마시기에는 재미가 없을 것 같아 몇 장의 사진을 찍어봤다.

고운 말차에 차선으로 젓고 또 저어서 찻잔에 보기 좋은 거품을 일어나게 했다.

이 과정을 '격불'이라고 하는데... 사실 이 맛에 열심히 젓는다.

그리고 또 사진 찰칵... 그리고 천천히 마신다.

쌉싸름한 맛을 음미하며 말차의 깊은 풍미에 빠져든다.

마시고 난 후 물로 깨끗이 닦은 후 또 몇  컷의 사진을 찍는다.

물꽃이 피었는지 확인차... 찻잔이 워낙 깨끗해 선명한 모습을 볼 수 없어 아쉽지만

귀얄로 둘러진 문양에 물을 잔뜩 머금은 모습을 볼 수 있어서 기분 좋았다.

6백 년 전 우리 선조가 만든 그 귀한 귀얄 분청자 다완(茶椀)의 신비한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었다.

오랫동안 이 잔에 말차를 마셔야 많은 빙렬에 찻물 때가 끼어서 멋진 물꽃이 필텐데...

그렇게 하기엔 너무나 귀한 유물이기에 참기로 했다.

아껴야 하기에... 우리의 문화유산을 보존해야 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