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적송 문인목

heymryim 2013. 11. 19. 20:55

  3년 전, 베란다에 놓기 위해 구입했던 소나무... 그런 인연으로 이젠 분재가 생활의 일부로 깊숙히 자리잡게 됐다.

 40년 넘게 바쁘게 살았던 내게 느림의 미학을 깨닫게 해준 분재... 일주일이 멀다하고 난 내 정원을 찾기 위해 열심히 일한다.

 숨막히는 생활에서 벗어나 내 정원을 바라보고 있으면 천국이 따로 없을 정도로 행복하다.

 무엇이 날 이곳으로 끌어 당길까?... 처음에는 사는 재미로 시작한 것은 아닌가? 반성도 해봤지만, 그것은 아닌 듯 싶다. 하나를 구입하면 또다른 것이 눈에 띄고... 그렇게 나의 나무는 하나둘 늘어나 이젠 제법 많아졌다.

 소나무가 좋아 시작한 분재... 이후 난 분재는 소나무가 최고다란 생각으로 무조건 소나무만 구입했다. 하지만 분재를 해보니 가꾸어야 할 나무도 참 많았다. 주목, 향나무, 황피느릅, 소사, 모과, 털진달래, 노아시(감나무), 느티, 마삭 등등...

 그렇게 하나둘 구입하다가 죽이기도 참 많이 했다. 시간의 흐름을 역행하려는 욕심 탓에 40여 그루가 넘는 향나무(크고 작은 사이즈)를 지난 봄과 여름 죽였고, 급하게 서두르다 여러 그루의 좋은 소나무도 보냈고... 지난 여름까지 건강했던 돌붙임 털진달래도 두 그루 보냈고, 사실 100여 그루가 넘었던 내 나무들 중 이런저런 이유로 보낸 나무가 대략 50퍼센트 정도된다.

 누군 그렇게 말한다. "나무 죽이려고 분재를 하느냐"라고... 초보 분재인이 뭘 알겠는가? 인터넷 박사들이 하라는 대로 해봤다가 보낸 녀석들... 빨리 해보려는 조급함에 먼저간 녀석들... 더운 여름 물을 못 먹어(?) 죽은 녀석들까지...

 아무튼 분재라는 것이 주인을 잘못 만나면 비명횡사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을 지난 경험을 통해 알게 됐다. 비싼 수업료는 톡톡히 낸 셈이다(단순 계산으로 2천여 만원 정도는 훌쩍 넘을 것 같다).

 이젠... 시간의 흐름을 뛰어넘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나무가 하는대로 가야겠다 다짐하며... 느리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도시의 시간과 내 정원의 시간 개념은 정반대!... 아니 시간을 멈췄다는 게 바른 표현일 것이다.

 이른 아침부터 해가 뉘역뉘역 넘어가는 시간까지 주목, 향나무, 소나무, 황피, 노아시, 소사, 털진달래와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어디 아픈데 없지... 내년 봄까지 푹 쉴텐데... 하고 싶은 말은 없어?... 못난 주인과 함께 하느라 고생했다... 올해 힘든 나를 위로해줘 고마워"... 이렇게 대화를 나누다보면 하루가 짧을 정도... 귀찮을 정도로 수다를 떨지면 녀석들은 그런 주인의 마음을 아는지... 아낌없이 들어주며 나의 마음을 평온하게 해준다.

 이런 맛에 분재를 하는 거겠지... 하며 빙그레 웃으니... 옆에 있는 스승님의 분목들이 하나같이 나도 데려가 줘요...라고 말하듯 환하게 웃는다.

 그래... 조금만 기다려... 곧 내 정원으로 옮겨줄게... 그렇게 난 이틀을 즐겁게 보내고 다시 내 자리로 돌아왔다. 힘들게 일하고 앉은 내 공간... 지금은 내년 봄을 위해 푹 쉬고 있는 녀석들을 상상하며... 글을 쓰고 있다. 시간이 멈춰줬으면 좋으련만... 형편만 나아진다면... 스승님 옆 땅을 구입해 나만의 특별한 정원을 꾸미고 싶다는 욕심에 오늘도, 내일도 열심히 일해야겠다.

 

* 50cm 크기의 중품 적송 문인목(계절을 잊고 꽃이 핀 철쭉 옆 소나무)

 

* 탐스럽게 꽃을 핀 장미(장미도 분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워 사진놀이를 해봤음)

 

* 흐드러지게 활짝 핀 장미(위에서 찍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