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자연유산(自然遺産) 더하기 문화유산(文化遺産) 더 행복해진 My Life

heymryim 2019. 1. 22. 09:21

 나이 오십이 넘어 가슴 설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봤습니다. 예쁜 여자를 봐도 별 감흥도 없고, 짜릿한 일탈도 재미없고... 찾아보니 심쿵할 일이 거의 없습니다. 심장이 딱딱하게 굳어지는, 아니 굳었다고 하는 게 맞는 말일 겁니다. 반복적인 일상에 지쳐갈 때 나만의 비상구를 찾던 중 우연히 나무를 가꾸게 됐고, 마치 천직처럼 빠진 적이 있었습니다. 정말 나무가 좋아서 직업을 바꾸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내게 힘이 되어줄 것 같았던 그 나무가 날 아프게 했습니다. 아니 정확하게 얘기하면 그 나무를 팔던 어르신이 아프게 했습니다. 좋은 아버지, 존경할 만한 스승님으로 믿었건만 그 끝은 최악이었습니다. 그저 나무를 비싸게 팔면 그만이었어요. 그런 사람에게 돈과 시간을 받쳤습니다. 9년이란 귀한 시간이 연기처럼 사라졌습니다.

 정말이지 다시는 나무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나무와 정을 떼려고 노력도 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몇 그루 남지 않은 나무를 싸게 매도하려 했고요. 더 이상 가꿀 이유를 찾지 못했습니다. 관리 부재로 좋은 나무는 내 곁을 떠났고(대부분 죽었음), 또 떠날 예정이고(일부는), 무엇보다도 정나미가 떨어지는 것은 지금 소장하고 있는 분재목 모두가 날 아프게 한 그 사람에게 전부를 샀기에 정말 보기 싫었습니다. 나무를 보면 그 사람과의 지난 시간이 떠올랐으니까요.

 그런데 아이러니합니다. 시월에 맡겨둔 분재원에 덩그러니 두고온 나무를 보게 된 거예요. 강화에 사시는 수석인에게 돌을 전달하기 위해 그곳을 만남의 장소로 정했는데요. 나목 상태인 제 나무를 바라보며 시원섭섭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버리기에는 지난 세월이 너무 아쉽고, 아깝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예요. 사실 지난 1월 1일에 봤습니다. 보잘 것 없는 제 나무를 구입하고 싶다는 분의 연락을 받고 석 달만에 나무를 본 건데요. 그때와는 사뭇 다른 기분이었어요. 다시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겁니다.

 나이 오십이면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知天命)'이라 했는데 더 이상 몹쓸 사람한테 "당했다"는 그 더러운 기분에서 벗어나 다시 시작하려고요. 그토록 좋아했던 나무들 주목, 소나무, 산감나무, 소사나무, 한라산 털진달래, 황피 느릅나무, 동백나무, 노아시, 상반 시, 향나무 등등... 아픔을 함께 했던 그 소중한 시간들을 사람이 미워, 원망스러워 나무를 버린다는 게 어리석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모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겁니다.

 그래서 있는 나무는 가꿔려고 마음을 고쳐 먹었습니다. 팔려고 해 봐야 깎으려는 사람들만 있고, 문의랍시고 속만 박박 긁어대니... 마치 장사치로 대하니... 응대하다가 지쳐 이제 나무 판매를 접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소장하려 합니다. 진정 자연의 아름다움 제대로 배우려고요. 시간이 많이 필요하겠지만 다시 나무 공부해야겠습니다. 비싼 수업료를 내며 나무를 괴롭혀봤자 허 구언 날 죽기만 하니...

 마음의 여유를 갖고 내 인생의 귀한 시간을 나무와 함께 하려 합니다. 여기에 짱돌 수준을 조금 벗어난 20여 점의 남한강 돌, 그리고 최근 좋아하게 된 골동품(骨董品)까지 더해진다면 더 없이 행복한 시간이 될 겁니다. 앞서 가슴 뛰는, 설레는 일이 없다고 푸념 섞인 얘기를 했는데, 이제 제 마음을 쿵쾅쿵쾅 뛰게하는 심장 제세동기를 찾았으니, 딱딱해진 제 심장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어줄 겁니다. 또 가출했던 영혼도 들어올 거고요.

 드디어 행복한 시간을 찾았습니다. 멀리 선 찾아온 소중한 선물 말입니다. “Yesterday Is History, Tomorrow Iis A Mystery, But Today Is A Gift. That Is Why It Is Called The 'Present'(어제는 역사이고, 내일은 미스터리, 오늘은 선물이다. 그래서 현재를 선물이라고 부르는 것이다.)"라고...

 나와 함께 해야 할 소중한 자연유산, 문화유산들이 있어 행복한 오늘입니다. 아래의 무안 덤벙이에 좋은 찻물을 우려내 한 모금 마시면 The Present Is A Present가 완성될 겁니다. 주말에 한걸음에 달려가 품에 안고 와야겠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제게 선물이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다시 시작하려면 이보다 더 좋은 모티베이션은 없을 테니까...

 

p.s. 이제 확신이 섰습니다. 모든 걸 포용하며 살 용기가 생겼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