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잎눈과 이파리
좋은 나무를 소장하기 위해 동분서주합니다. 멀게는 전라남도 진도에서 무안과 목포까지, 때로는 부산도 갑니다. 고행길을 마다하지 않는 이유가 뭘까요? 그것은 특별한 나만의 나무를 찾았을 때 희열(喜悅) 때문입니다. 어느 한 공간에 있으면 우물안 개구리가 되니까요. 그래서 이곳저곳 기웃거립니다. 그렇게 발품을 팔다보면 뜻하지 않는 행운을 누립니다. 그 행운이 바로 아래의 산감나뭅니다.
연근(連根) 수형의 산감나무를 지난 겨울에 구입했습니다. 좋은 나무를 만들기 위해 모든 가지를 다 잘라냈습니다. 다시 만들기 위해서죠. 여러분도 잘 아시잖아요. 나무를 화분에 올리기 위해 꼭 거쳐야 할 과정 말입니다. 좋은 것만 남겨놓고 다 잘라내야 합니다. 다시 시작하는 게 나무의 수격(樹格)을 높일 수 있으니까요. 심하게 할 경우 죽을 수 있다는 두려움 마저 이겨내야 비로소 좋은 나무를 얻을 수 있는 겁니다. 호랑이와 맞딱뜨려야 호랑이 가죽을 얻을 수 있는 법... 그래서 저는 해마다 이런 모험을 합니다.
1백일 정성을 쏟은 탓인가요. 제가 상상했던 자리에서 잎눈과 이파리를 돋아냅니다. 이상적인 자리에서 나오고 있는데요. 그래서 제 기분이 황홀합니다. 엔돌핀이 팍팍 돌고, 행복합니다. 구름 위를 산책하는 그런 기분입니다.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저만의 연근(連根) 수형의 산감나무... 3년 정도 키우고 자르기를 반복하면 개성미 넘치는 과일수가 될 겁니다. 3년 뒤 이 나무에 주홍빛깔의 먹음직스러운 산감 열매가 대여섯 개 달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며... 다음을 기약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