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신이 서지 않기에 망설인다
"호랑이 가죽이 탐나면 호랑이 맞서야 얻을 수 있다" 당당하게 맞서야 얻을 수 있다는 이 말을 가슴에 깊이 새겨듣고 분재생활을 한다.
좋은 나무를 만들고 싶어 안달난 내게 이 말처럼 좋은 내용은 없다.
만드는 재미가 쏠쏠한 분재생활... 그렇기에 보는 사람을 경악시키는 행동도 당당하게 한다.
3백만원이 훌쩍 넘는 피좋은 적송을 분갈이 할 때... 무식할 정도로 뿌리를 털었다. 또한 가혹할 정도로 잔뿌리를 잘라주었다. 보는 사람이 경악할 정도로...
"미친놈 저러다 나무 죽이지"라고 한마디씩 던지지만 그때마다 스승님은 "호랑이 가죽이 탐나면 호랑이와 맞서야 하지 않나"하시며 대수롭게 넘어간다.
확신이 서기에 망설임 없이 바쁘게 움직이는 스승님의 손이 믿음직스럽다.
비싸다는 이유로 망설이면 결국 좋은 나무를 기대할 수 없다. 인터넷에 분갈이 하는 장면을 바라보면 하나 같이 놓치는 장면이 있다. 잔뿌리를 정리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분갈이를 많이 하지 않았기에... 또한 확신이 서지 않기에 망설인다.
다시 말하면 경험이 미천하기에 떳떳하게 말하지 못한다. 혹여 죽으면 원망을 들을 수 있기에 '신중해야 한다'는 말로 피해나간다.
대개의 분재인도 피해갈 수 없는 상황. 죽이면 손해가 이마저만 아니기에... 함부로 하지 못한다.
자신 없으면 나대지 않았으면 좋겠다. 흔히 인터넷에 모 박사는 분갈이를 아주 친절하게 사진자료와 함께 설명한다. 마치 프레젠테이션 하듯 색깔있는 선으로 그려가며 나무 박사처럼 활동한다. 이들의 교언영색에 우리는 홀딱 넘어가 그가 마치 '분재 장인'인양 추종한다.
그런데 웃기는 소리... 분갈이 할 때 보면 T/R 비율 운운하며 쓸모 없는 말만 한다. T/R이 뭔 말이냐? Top / Root를 하는 말인데... 아니 처음 분재하는 사람들에게 T/R 비율을 고려한다고 하면 다 알아들을까? 무식해도 한없이 무식한 소리... T/R 비율을 고려해야 나무가 명목이 돼나! 그럼 뿌리를 세어보면서 자를 건가. 잔뿌리가 얼마나 많은데...
T/R... 뿌리가 많으면 가지 즉 잔가지도 그만큼 많다는 것은 초등학생도 아는 내용... 교묘한 말과 아첨하는 얼굴을 하는 사람 중에는 착한 사람이 적다는 교언영색이란 사자성어를 가슴에 새겨 듣길 조언하고 싶다.
일본 근대분재를 번역한 내용으로 T/R 비율이 중요하며, 부정아가 어떠하니... 부등변 삼각형 수형이 이상적이라는 등등... 무식이 바닥이 드러날 정도로 적옥토 비율을 따지며 나무를 심어야 건강하다고 강조하는데, 한마디로 지나가는 개가 웃는 꼴! 잎베기가 무슨 기술인양 친절한 설명을 하는데, "아랫가지를 튼실하게 하기 위해 위부분 줄인다"고 설명하면 그만인 것을... 부정아가 잘 나온다는 말 대신 곁가지가 잘 나온다로 설명하면 쉽게 이해할 것을 어렵게 쓰면 뭐 대단한 것인양... 떠드는지... '부정아를 잘라줘야 한다'라고 하면 이해가 안 가지만 곁가지로 풀어주면 그럼 잘라줘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법!
이렇게 설명하는 될 것을... 곁가지를 잘라낸다. 죽은 가지를 잘라낸다. 겹쳐난 가지를 잘라낸다. 위쪽으로 자란 가지도 잘라낸다(흔히 도장지라고 함). 그밖에 불필요한 가지를 잘라낸다. 가지를 잘라낸 다음에는 도포제를 발라주어야 가지가 말라 죽지 않는다. 3줄 밖에 안 되는 내용을 정아, 부정아, 도장지 등등으로 거품물며 설명해봐라. 산림부 직원도 알아들을 수 없는 내용이다. 이 말은 저들도 뭔소린지 모르고 지껄이는 소리!
분재를 15개월 한 나도 이들의 설명을 인터넷으로 보면 헤깔린다. 그러니 처음 하는 사람에게는 얼마나 생소한 용어인지... 알고 설명해주면 좋을 텐데...
T/R 비율에 빠지지 맙시다. 뿌리가 건강하면 상층부 가지도 건강하기 마련. 비율을 논하기 전에 숨겨진 사실 하나를 밝힌다. 척박한 환경에서 자란 자연목들을 보면 T/R 비율을 고려하지 않아도 아주 근사한 모습으로 잘 자란다. 또한 용토에 관계 없이 스스로 조절하며 자연스럽게 자신의 모습을 뽑낸다. 거름 없이도 건강하게 자란다.
별거 아니다. 해보면 된다. 나무 한그루로 마치 자신이 최고인양 나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꼼수부리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러면 박사가 되는 양 착각하는 모양인데... 그 시간에 나무 한그루 더 사고, 그 시간에 나무에 정성을 쏟으시라. 쓰잘대기 없는 일본 자료와 수형이 최고인양 분재계를 흐리지 말고...
결론은 내가 하기에 따라 나무가 달라지는 게 아니다. 분생활을 오래한 나무는 절절로 잔가지가 나오며, 고태미가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나무는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알려준다!
* T/R 비율이니, 부정아니, 정아니 설명 없이도 스스로 잔가지가 잘 나온다. 부지런한 주인의 관리와 세월에 나무는 이상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세월이 정답이다. 눈밖에 난 가지를 잘라주면 아래의 황피느릅처럼 잔가지는 나온다. 인터넷 박사들... 30년 넘게 한나무 가지고 잔가지는 받아봤나? 그럼 박사로 인정해줄게. 긴세월 함께 하면 나대지 못할걸! 소재 한두 그루 가지고 자신이 최고라고 말하기가 부끄럽지 않나.
* 인터넷 박사들은 아래의 노아시를 보고 이렇게 말할 거야. "절간이 멀어 고칠 부분이 많다고... 절간이 종교를 이야기 하는지 뭔지 잘 몰라. 쉽게 마디와 마디 사이가 멀다고 하면 초등학생도 알지 않을까... 보는 사람에 따라 자연스럽게 키울 수 있는 거지. 일본 내용 번역한 공산품 나무를 모델로 설명하지 마라. 이렇게 키우키도 쉽지 않다. 왜 세월을 어떻게 설명할 건가. 그리고 긴세월 이런 모습으로 키워보고 말하는 게 낫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