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행복한 5년을 준비하는 불량 취미인의 불량스러운 이야기

heymryim 2013. 2. 11. 12:33

 일찍 차례를 지내고 비밀정원으로 기쁜 마음으로 가는 길... 고생길 끝에 도착한 내 정원에도 봄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바깥 기온은 영하였지만 비밀정원은 25도를 넘을 정도로 따뜻했다. 마치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했다.

 며칠 전에도 못 느꼈던, 어쩌면 둔감했기에 비밀정원 식구들에게 미안할 정도였다. 초록물이 잎끝에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고,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안 보일 정도로 작은 새순도 나뭇 가지에서 나오고 있고, 작은 장수매 역시 겨드랑이가 간지러울 정도로 빨간 새순이 터지고 있었다. 최근에 산 돌붙임 털진달래의 꽃눈도 봉곳이 올라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그래 나무는 이렇게 바쁘게 생명을 잉태시키며 사랑을 가르치고 있는데, 나는 식구를 받아들이는 데 열을 올리고 있으니... 왠지 죄를 짓고 있는 기분이 든다. 갑자기 불량 취미인이란 말이 머리를 스쳐지나 간다.

 불량 취미인... 내게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 조합이다. 얼마나 불량스러운 취미인인가! 조급함에 좋은 나무들을 못 살게 굴고... 심지어 죽이기도 하고... 주인 잘못 만난 탓에 나무들이 고생을 하고 있다. 그래서 난 불량 취미인 맞다!

 어제도 좋은 나무는 아니었지만 잘 살아준 나무 한 그루를 죽였다. 겨울 무리한 작업 탓에 물이 내린 것 같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니 얼마나 가슴이 아픈지... 차라리 내가 아프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마저 든다.

 나무가꾸기를 시작한지 15개월... 아직도 내 마음은 바쁘다. 빨리빨리... 이 죽일 놈의 급한 성격은 언제쯤 버릴 수 있을런지...

 "급하게 서두른다고 20년 분생활한 나무를 만들 수 없다. 세월이 주는 원숙함을 5년 내에 연출할 수 없으니... 긴 호흡으로 차근차근 만들어 나가자. 내가 힘 닿는 데까지 다듬고, 가꿀테니 걱정하지 말고"

 아주 근사한 나무가 갑자기 만들어진 게 아닐 텐데... 불량 취미인은 5년 뒤 모습을 그리며... 스승님을 괴롭힌다.

"선생님 근사한 분 몇 개 살까요?"...

"그 돈으로 더 멋진 나무 하나 더 구입하는 게 낫다. 5년 뒤, 10년 뒤면 좋은 분에 올릴 수 있으니 서두르지 마"

 고단한 삶을 사는 선비의 심상이 오롯이 묻어나는 나의 나무들... 주인의 불량스러운 악취미에 더 고단하겠지만 몇 해 지난 후 더 좋은 모습을 위한 과정이라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하며... 불량스러운 이야기에 방점을 찍어야겠다.

 

* 요사이 털진달래 보는 낙으로 살고 있음

 

 

 

* 무리한 작업 탓에 사경을 헤매는 진백(이 때까지는 좋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