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봄맞이(분갈이)

heymryim 2013. 2. 1. 08:47

 겨울비가 추적추적 제법 내릴 기세다. 요 며칠 3월 하순의 따뜻한 기온이 계속되면서 비밀정원도 기온차만큼 바빠질 시기다. 어제는 오후에 짬이나 분갈이를 4개나 했다. 작은 소품이었기에 수월하게 했다. 장수매와 황피느릅나무... 장수매의 경우 칫솔로 묵은 때를 닦아주니 뽀얀 피부로 화답하며 시선을 사로 잡았다.

 사실 이 시기 온실이 있는 경우는 분갈이를 해도 무방하다. 나무가 움직이기 전에 미리 해주어야 몸살도 앓지 않으니 분갈이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가 아닌가 싶다.

 오늘은 대품에 가까운 소나무와 30cm 크기의 주목을 분갈이해야 한다. 워낙 중량감이 나가는 수목이라 긴장이 된다. 특히 해송의 경우는 30년 넘게 분생활을 했고, 보기에는 5년 동안 분갈이를 안해 고생깨나 할 듯 싶다. 스승님은 분갈이리를 할 경우 두려워하지 말고 깨끗하게 뿌리도 씻어주라고 한다. 그래야 건강하게 나무가 자랄 수 있다도...

 그런데 이상하게 고가로 구입한 나무에 대한 분갈이를 할 때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혹여 잘못 돼 나무에 무리가 아닌가?하고... 지난해 겨울 매서운 추위가 계속되던 날 사나흘 동안 60여 개의 분갈이를 했다. 물론 내 소재가 아닌 스승님의 소재로... 해서는 안 될 시기였으나 스승님은 죽어도 괜찮으니 마음 것 해보라고 배려해주셨다.

 분재에 입문해 내 손으로 직접 분갈이를 시도하는 것은 짜릿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뿌리도 씻어주고, 잘라주고, 마사흙으로 토닥토닥해주며 새집으로 옮겨줄 때의 기분... 마치 내가 새집으로 이사가는 기분이 들 정도로 강한 희열을 느꼈다. 중요한 것은 초보자가 처음 분갈이한 나무는 지난 봄과 여름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랐다.

 아무것도 모르며 시작했던 작년 겨울과 조금씩 분재에 대해 알면서 두려움도 조금씩 쌓여만 간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맞나 보다. 의욕이 앞서면 화를 불러 일으키는 법... 하지만 두려움에 그냥 둬서는 안 되는 법... 깨끗하게 뿌리 손질을 해야 더 멋진 해송으로, 주목으로 당당한 모습으로 인사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가져본다.

 안 하는 것보다 해보는 것이 낫다는 말처럼 배운대로 하면 된다. 두려워하지 말자. 경험보다 좋은 지식은 없고, 좋은 스승은 없는 법이니까!

 

* 내일 분갈이 해야 할 나무들...